윤태건의 공공미술 산책(24)
admin
발행일 2009.01.14. 00:00
공공미술 사건 5위 “광고계로 진출한 공공미술” 공공미술품이 연예인 대신 광고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하나은행의 빅팟 광고에는 프랑스 작가 장 피에르 레이노의 작품이 등장한다. 파리 퐁피두센터, 베이징 자금성,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설치한 초대형 화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빅팟은 레이노의 레드 컬러 대형 화분을 선두에 내세워 광고와 아트마케팅으로 진행함으로써 미술계에는 빨간색 작품만큼이나 인상 깊다. 현대카드 광고에는 줄리안 오피의 미디어 작품이 등장한다. 저작권료를 안주고 현대카드 사옥에 설치된 작품을 쓴 건지, 아니면 광고가 별로 인기가 없어서인지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공중파를 탔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짧은 시간 스쳐가서 아쉬움이 많았던 광고. LG전자의 X-캔버스 광고에는 아니쉬 카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가 등장한다. 시카고 밀레니움 파크를 대표하는 공공미술 작품이다. 자그마치 작품비가 230억원이라는 이 작품을 배경으로 탭댄서들의 일사분란하면서도 화려한 군무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연예인처럼 광고계에 공공미술 작품들이 진출한 것은 반가운 일. 하지만 국내 작가 작품이 없다는 점은 ‘안습’한 일이다. 4위 “그들만의 리그. 공모” 2007년 서울 SH공사가 주관한 동남권유통단지(가든5) 공공미술 공모와 관련해 표절 파문으로 당전작이 취소된 이후 2008년에 재공모한 작품에 대해서도 역시 모작 논란이 되풀이 됐다. 소문에 의하면 최초 당선된 A팀을 2위를 한 B팀이 표절로 문제를 삼았고, 재공모시에는 A팀, B팀 모두 괘씸죄로 걸려 제3의 팀이 어부지리로 당선됐다고. 천안시가 공모, 선정한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상징조형물 또한 공모와 관련한 논란으로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심사위원과의 학연, 지연으로 얽히고 공모지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논란이지만 결과는 흐지부지. 공모와 관련한 잡음은 어제나 오늘이나다. 물론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자체나 주택공사, SH공사 등에서 주관하는 공모는 역시 복마전인 경우가 많다. 당선되려면 작품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걸까? 3위 “공공미술은 진화 중” 공공미술이 파죽지세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의 가림막은 이제 거대한 캔버스가 됐다. 소음과 먼지를 막기 위한 너덜거리는 천 쪼가리에서 건조한 철제펜스. 해당 자치구나 기업을 홍보하는 문구가 고작이었던 공사장 가림막이 예술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광화문 복원 공사 가림막으로 강익중 작품이 대표적. 금호아시아나 사옥은 작은 갤러리로 꾸몄다. 을지로 101파인애비뉴 공사가림막은 신현중의 작품이다. 서울역 맞은편 대우빌딩은 무지개색으로 화사하다. 가림막 뿐 아니다. 그저 앉는다는 기능에 만족했던 벤치는 공공미술이 자주 넘보는 시설물이다. 가로등도 작품이 되고, 횡단보도, 맨홀, 휴지통 등 거리의 시설물을 예술적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점차 활발하다. 심지어 건물의 외관까지 거대한 공공미술품이 되곤 한다. 앵두색 육교로 시끄러웠던 것은 2007년 사건. 2위 “건축물미술장식제도 R의 공포에 휩싸이다” 그동안 건설, 부동산경기 활황에 덕 본 건축물미술장식 시장이 작년 한해 침체를 면치 못했다. 2004년 고점에서 점차 하락하기 시작한 건축물미술장식 규모는 2008년 건설경기 침체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 문제는 2009년이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는 올해부터 건설사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최소 20개 내외의 건설사가 해당될 거라고 한다. 공공미술시장에 직격탄으로 날아 들어올 것이 뻔하다 보니 미술시장 침체와 함께 공공미술시장에도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스멀거린다. 대망의 1위 “공공미술, 이 시대의 트렌드가 되다” 재작년, 작년은 그야말로 공공미술의 해였다.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필두로 공공미술의 붐은 공공디자인과 함께 지자체, 기업이 선도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공미술,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 공공미술은 오히려 주춤한 편이다. 시설물 등 공공디자인적 요소와 결합한 공공미술이 두드러진 한 해였으며, 특히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커뮤니티아트와 뉴장르 공공미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공공미술과 관련된 각종 심포지움 등 방향 모색을 위한 고민이 활발했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 양대 비엔날레에 공공미술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격년으로 열리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자리를 굳혔다. 공공미술과 관련된 학과와 강좌가 개설되고, 관련 논문이 증가했다. 이처럼 공공미술은 몇 년 새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하면서 이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글|윤태건(미술기획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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