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사오는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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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11.14. 00:00
시민기자 장경아 | |
서울만 해도 꽤 많은 시장이 있다. 남대문, 중앙시장처럼 대형 시장이 있는가 하면, 동네 어귀에 작은 좌판을 벌인 시장까지. 시장은 많은 정겨움을 담고 있는 서민생활의 필수 장소였다. 오랜 역사와 이야기들이 담겨 활력이 넘치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그런 시장들이 요즘에는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쇠락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정도다. 나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은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추세다보니 더욱 부추긴 꼴이 되었다. 주차와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에 쾌적하고 시식용도 듬뿍 먹을 수 있는 마트. 곳곳을 둘러봐도 여자들이 좋아할 상품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하다. 소비를 부추기는 이곳을 어찌 비켜갈 수 있으리오. 어릴 적 영화에서 보던 외국 사람들의 쇼핑모습. 이제 나도 커서 그들처럼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카터를 끌고 이리저리 여유롭게 다니는 우아함이 소비를 더욱 부추겼다면 유치한 변명일지. 그러나 백조의 다리라고 할까? 겉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속은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말이 생각 날 정도다. 얇아지는 지갑에 늘어나는 할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사실 내 경우는 영화 속처럼 카트에 가득 채울 필요가 없다. 조금만 나가면 동네 슈퍼마켓이 있고, 좀 더 나가면 시장이 있다. 언제든 손쉽게 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카트에 가득 실어 냉장고를 채워놓는 버릇, 이것이 바로 과소비임을 깨달았다. 그러다 상하면 버리게 되고 냉장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쇼핑’을 위한 사재기일 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나의 버릇을 고쳐보기로 했다. 당분간 마트를 멀리하고 집근처 재래시장을 이용하자는 굳은 결심과 함께. 시장은 원산지에 대해 아직 명확한 표기를 하지 않는 곳이 많기에 야채 종류와 과일 위주로 장을 봤다. 가격도 저렴하고 마트처럼 깨끗하게 분류해서 팔기도 하니 단골 몇 군데를 정해놓고 다니면 좋다. 시장에 대한 나름 분석도 한다. 저 집은 맛이 어떻고 이집은 어떻고. 베스트 텐 가게를 골라놓고 장사하는 분들과 안면을 터놓으면 좋은 상품이 들어왔을 때 알려준다. 특히 고기는 신선도가 중요하다. 하루 지난 숙성된 고기는 그 맛이 일품이라, 시기를 맞춰서 산다는 게 행운일 정도다. 온갖 설명을 곁들이며 고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정육점 주인아저씨의 입담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요맘때 시장 가는 재미 중 하나는 바로 호떡과 붕어빵을 먹는 것. 유난히 주점 부리를 좋아하는 나는 기름에 구워 설탕이 새어 나오는 옛날 호떡을 특히나 좋아한다. 4개까지도 먹을 수 있을 정도. 달고 바싹하게 구워진 호떡은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로 설탕물이 새어나올지 모르니 초긴장하며 먹어야 제맛이다. 여기에 팥 앙금이 살아있는 붕어빵은 꼬리부터 먹을지 머리부터 먹을지 고민하지 말자. 자기 마음이니까. 나는 꼬리부터 먹는다. 꼬리를 잡고 먹으면 부러지기 십상. 그러니 안정감 있는 몸통을 잡고 꼬리를 먼저 먹어야 팥이 흐를 염려가 없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 굳이 시장을 따라 나선 것도 나에게 주어질 이 주정부리들 때문이다. 한 손에 장본 짐을 들도 또 한 손에는 먹거리들을 들고 걷는 시장 길은 풍요로움 그 자체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더라도 장본 그날만큼은 넉넉했으니까. 지금의 시장형태가 크게 정비되길 원치 않는 사람 중에 하나다. 시장의 특성을 잃어버린다면 마트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그들의 재산과 안전을 위해 소방도로를 정비되고 제품에 대해 소신껏 팔았으면 한다. 농작물에 대한 원산지 표기, 음식에 대한 명확한 유통경로 등에 대한 정보만 확실하다면 더욱 많은 이들이 찾을 것이다.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비용 면에서 월등하게 저렴한 것은 다 아는 사실. 두 말하면 잔소리일 뿐이다. 더구나 산책 겸 운동도 된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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