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간다]방학동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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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9.03. 00:00

수정일 2008.09.03. 00:00

조회 1,207



시민기자 이혁진




얼마 전 철원의 한 마을 어귀에 자리한 200년 넘은 오리나무를 본 적이 있다. 그리 오래된 보호수라 할 수 없지만 희귀목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애틋한 정을 표지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곳곳엔 지정보호수가 있어 잠시 이방인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우리는 노거목(老巨木)을 토속신앙과 결부시켜 특별한 대상으로 여기는 전통이 있다. 신목(神木)으로서 마을의 길흉사를 관장하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까지 추앙하는 걸 보면 경외심마저 갖게 한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그런 전통과 의식이 다소 퇴색되었지만 보호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도봉구 방학동에는 서울시 지정보호수 제1호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과 높이, 둘레 등 이력을 살피면 1호에 걸맞은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그 위용을 더 실감한다. 뻗은 줄기와 가지를 쳐다보면 하늘과 맞닿은 것처럼 눈이 시리다. 아무리 덥더라도 나무 밑에 잠시 기대면 내뿜는 공기가 시원하다.


그러나 풍상의 무거움은 어쩔 수 없는 듯 은행나무의 상처가 훈장처럼 달렸다. 보약을 먹듯 영양제 주삿바늘도 꽂아있다. 이제는 매달려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몇 개의 가지는 부목에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노쇠한 은행나무가 도봉구 전체의 신목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제사와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자치구의 발전을 염원하기도 한다.

최근 은행나무 거처 주변이 새롭게 단장됐다. 도봉구가 은행나무의 생육을 보호하고 주변 경관을 살리는 이른바 은행나무 공원 조성에 나선지 근 일 년만의 일이다. 은행나무 뿌리를 살리기 위해 옆 건물까지 매입하고 너른 정자마당을 조성하고 예전의 원당샘물도 복원했다.

은행나무 북쪽으로 바로 연산군묘(사적 제362호)가 자리하고 있다. 마치 은행나무가 묘역을 감싸 안은 형국이다. 연산군묘와 은행나무는 도봉 10대 명소이다. 한곳에 두 명소가 있는 셈이다. 조용한 사색이 필요한 요즘 오가며 지나는 길에 잠시 은행나무 공원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 찾아가는 길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하차 (창동역 동측) 마을버스 10번 이용 연산군묘앞 내려 걸어서 1분 거리. 승용차를 이용하면 도봉로 방학사거리에서 우이동 방향으로 1Km 지점 왼쪽 연산군묘에 당도할 수 있지만 전용주차장이 없어 주차는 불편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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