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길의 쉼터

admin

발행일 2008.06.09. 00:00

수정일 2008.06.09. 00:00

조회 1,668



시민기자 장경아

양재천 길 따라 쉼터가 변하고 있다. 비가 올 듯 말듯 나른한 오후.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사이 한줌 바람이 불고 있다. 6월의 시작을 알리듯 1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듯, 깨끗이 청소라도 하고 가려는 듯 어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었다.

오늘 해가 떴다면 어제 비로 샤워를 끝낸 청청한 푸른 잎들을 봤으리라. 가끔 나른해지면 걸어보곤 하는 이 양재천 길은 숲처럼 우거진 오솔길과 땡볕이지만, 잘 가꿔진 화단들이 예쁘게 펼쳐져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풀숲이었던 이곳이 도시정비차원에서 잘 다듬어 지면서, 근처 회사원들이나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회사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더욱 대담한 사람은 벤치에서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사실 이 사람이 제일 부럽다. 회사 슬리퍼를 신고 나온 사람, 구두를 신고 걷는 사람, 넥타이에 와이셔츠를 입고 잠시 어깨를 펴는 그들. 그나마 이들에겐 여유가 묻어난다.

인라인, 자전거 등 운동을 하거나 다리 밑에서 농구하는 이들. 산책길은 한강까지 뻗어 있다. 이곳에서 한강까지 가보지는 안았지만 언젠가 가보리라는 생각만으로도 미지의 길을 찾듯 설렘이 깃든다. 이렇듯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큰 축복이다. 잠깐이라도 자연 속에 파묻혔다 나올 수 있어 행복하다.

그러나 자꾸만 곳곳이 세트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천편일률적으로 같아지는 조경들 속에 혹시 나도 그 안의 부속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곤 한다. 자연그대로, 있는 그대로 약간만 편리하게 바꿔서 그 안에 내가 존재했으면 좋겠다. 너무 깎고 부수고 만들어 사람조차 인위적으로 보이는 그런 곳 말고 자연 속에 인간이 잠시 스미는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잠시 산책이 지겨워졌다면 걸어서 근처 양재동 꽃시장을 둘러보아도 좋다. 하우스처럼 지어진 건물에 갖가지 꽃과 화분들이 즐비하다. 이름도 모를 꽃과 나무들이 저마다의 화분이나 바구니에 넣어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들만의 유혹은 더욱 화사한 빛깔, 싱그러움일 것이다. 사람들의 손길을 받기위한 고고한 자태들이 너무 많아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난감해진다. 가장 마음에 드는 화초를 고르면 이름과 물주는 방법과 음지나 양지에서 키워야 하는지 등을 묻어보고, 영양제도 기왕이면 같이 사가지고 오자. 화초를 키운다는 건 내 마음에 물을 주는 일이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가끔 물을 주거나 ‘혼자서도 잘커요’ 하는 식물을 구입하자. 그것이 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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