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텃새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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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4.16. 00:00

수정일 2008.04.16. 00:00

조회 1,953



시민기자 이승철




봄이 되어 햇살이 따사로워지자 꽃과 나뭇잎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봄은 나무와 꽃들만 깨우는 것이 아니다. 겨우내 추위에 움츠렸던 동물들도 어깨를 펴고 힘찬 몸짓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 창경궁 춘당지의 원앙들도 봄맞이 날개 짓에 힘이 붙었다. 20여 년 전부터 이곳 고궁의 연못에 눌러 앉아 새끼를 치고 텃새가 된 원앙들은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연못가의 사람들 곁으로 다가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능숙하게 받아먹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눈에 익숙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 원앙들에게는 친숙한 친구가 된지 오래다. 원앙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흔한 새가 아니다. 개체수도 많지 않고 귀한 새여서 1982년에 천연기념물 327호로 지정된 새다.

그런데 그렇게 귀한 원앙들이 어떻게 서울 도심 고궁의 별로 크지 않은 연못에서 수십 마리가 텃새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원앙들이 춘당지의 텃새가 된 사연은 이랬다.

20여 년 전 어느 날 창경궁 연못부근에서 부상을 당한 원앙 암컷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 창경궁 근무자들은 이 원앙을 정성껏 치료하여 춘당지에 놓아 주었다. 그 뒤 이 원앙은 수컷 짝을 만나 이 춘당지에 둥지를 틀었다. 이 원앙부부는 이곳에서 새끼를 치며 눌러 앉아 살게 되었는데 그 후손들이 불어나 지금은 60~70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춘당지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 이들 원앙들의 보금자리다. 원앙들은 섬에서 자라는 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워내는 것이다. 주변에는 비둘기와 까치, 참새 등 다른 종류의 새들도 많지만, 원앙들은 그때부터 섬을 차지하고 당당한 텃새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허, 그 녀석들 참, 원앙은 금슬 좋기로 소문난 새인데 먹이를 먹을 때는 전혀 아니네.” 먹이를 던져주던 나이든 노인이 전혀 의외라는 듯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겉모양과 빛깔이 화려하고 몸집이 큰 수컷들이 먹이다툼을 벌이며 암컷들을 사정없이 몰아내고 있었다. 물속에서 같은 먹이를 놓고 다툼이 벌어질 때는 크고 힘센 수컷이 암컷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힘으로 몰아버리는 모습이 다른 새나 동물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새인데다가 아름다운 모습의 원앙들이 수십 마리씩 떼 지어 헤엄을 치고 노는 모습이 신기하여 사람들이 원앙들에게만 모이를 던져준다. 그러자 주변의 비둘기들은 물속으로 뛰어들 수도 없고 안타깝게 퍼덕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다.

먹이 다툼을 벌이지 않고 쉬고 있거나 여유롭게 헤엄을 치며 놀고 있는 원앙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가끔씩 장난을 치며 힘찬 날개 짓을 하는 원앙들의 모습에서도 새봄의 힘찬 맥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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