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 미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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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4.02. 00:00

수정일 2008.04.02. 00:00

조회 2,655



시민기자 김기영




서울의 위치한 작은 동네에 약 천년이 된 탑이 있다. 이 탑은 아파트 숲 길 사이 인적이 드문 미타사에 있다.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미타사 가는 길 입구에 작은 안내 표시판이 있다. 한옥의 정문 앞에 도착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나 아무런 인기척은 없었다. 문 끝에 미타사의 유래에 관한 글이 있었다.

미타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이다. 950년 고려 광종 혜거(慧居)가 창건하였다. 1047년 문종 오층석탑을 조성하고, 1314년 충숙왕 혜감(慧鑑) 국사 만항(萬沆)이 중수하였다. 1457년 조선 세조에는 단종(端宗)의 비인 정순왕후(定順王后) 송(宋)씨가 중수하였다고 한다. 정순왕후는 단종이 영월로 귀향간 뒤 매일 이 부근에 있는 동망봉(東望峰)에 올라 단종을 그리워하였다고 전한다. 이후 1836년 헌종 비구니 상심(常心)이 인일(仁一)의 도움을 받아 중수하였다.

1969년 비구니 계주(季珠)가 고봉(古峰)의 도움으로 중수하여 오늘에 이른다. 건물로는 대웅전과 삼성각, 관음전, 단하각(丹霞閣) 등이 있고, 유물로는 1047년 조성된 오층석탑이 있다. 대웅전 내에는 1863년 철종에 제작된 신중탱화가 모셔져 있으며, 삼성각 내에는 1874년 고종에 제작된 칠성탱화와 1915년 제작된 독성탱화, 산신탱화가 모셔져 있다.

문 안쪽으로 살며시 한 발짝, 한 발짝 조용히 들어갔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남자 한 명이 돌계단에서 내려왔다. 경내에는 그 남자와 나 이외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 고요한 절의 풍경이었다.

돌계단을 올라가 절의 건축을 살펴보다가 마당에서 돌 안에 있는 물을 발견했다. 혹시 약수일까 하고 마셔보았다. 아까 본 남자가 계단 위 끝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을 지나면서 "천년 된 탑이 있습니다"라고 한 마디하고 지나쳤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 드디어 오래된 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렇게 높은 탑은 아니었지만 오래되어서 그런지 녹색의 이끼가 탑에서 자라서 수북했다. 그리고 탑 주위에 동자승 등의 조각을 누군가 두고 갔다. 아마도 탑에 절을 하고 두고 간 것 같다. 탑을 직접 보니 마음이 경건해졌다.

탑에서 내려다 본 동네의 풍경은 현대와 과거의 시간이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아파트와 절, 그리고 천년의 시간. 인간의 수명이 100년이라고 하는데, 천년의 긴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탑처럼, 인간도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존재할 수는 없을까. 미타사에서의 짧다면 짧은 시간은 지혜로움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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