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달려왔던 새마을호 동차, 역사속으로...
시민리포터 손푸름
발행일 2012.10.08. 00:00
[서울톡톡]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익숙했던 초고속 열차 차량이 올해 11월에 사라진다. 바로 약 20년의 세월을 달려온 새마을호 동차이다. 물론 '새마을호'라는 이름은 2015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앞부분이 유선형으로 디자인되어 좀 더 날렵한 모습을 주었던 새마을호 동차는 올해 안으로 운행을 종료하게 된다.
흔히 사람들이 이 차량을 새마을호의 시작으로 보는데, 틀렸다. 새마을호라는 열차 명칭은 1969년에 경부선을 운행하는 '관광호'를 전신으로 두며, 1974년에 '새마을'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새마을호는 최근과 같은 날렵한 유선형의 모습이 아니었고, 무궁화호 열차처럼 단순히 객차들을 앞에서 기관차가 끌어주는 형식이었다. 좌석과 서비스에 있어서만 달랐을 뿐이었다.
'PP동차'는 1987년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새마을호 열차의 고급화와 열차의 증량을 위해 도입되었다. 3개 차량제작회사에서 128량이 들어왔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도입된 유선형(앞 쪽이 날카로운 모양) 차량이다.
철도 동호인이나 종사자분들은 이 유선형 새마을호 동차를 'PP동차'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PP'의 의미는 'Pull-Push(당기고 밀어주기)', 즉 앞쪽에 있는 차에서 열차를 끌고, 뒤쪽에 있는 차에서 열차를 밀어주기 때문에 '동력 분산식 열차'라고도 불린다. 이 같은 밀어주고-당겨주기 기술로 일방적으로 기관차가 끌어주는 열차보다는 속도가 높아질 수 있었기 때문에, 새마을호는 첫 선을 보일 때부터 당시 최고 속도인 시속 150km가 가능한 초특급, 초고속 열차로서 자리매김했다.
PP형 새마을호의 고속화로 급과 속도에 있어서 명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후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이 PP동차의 도입으로 인해서 새마을호의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도 매우 인상적인 역사를 남겨주었다.
우선 한 단계 낮은 무궁화호 특실의 시설이 새마을호 일반실의 시설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매우 고급열차였으며,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Chef)가 직접 열차에 탑승하여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차부터 어린이 놀이방이 있는 칸 까지 한마디로 입이 즐겁고, 몸이 즐거운 여행을 제공하는 열차였다.
심지어 현재 KTX에서도 일부 열차에만 있는 서대동부 운행계통, 즉 경부선의 서울역,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 4개 역에만 정차하는 열차도 등장하였다. 한마디로 당시 새마을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의 KTX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통일호는 싸게 가는 법, 무궁화호는 적당히 가는 법, 새마을호는 누리면서 가는 법"이라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새마을호는 비싼 만큼, 특별한 대접을 누릴 수 있는 열차였다.
하지만 2004년 4월 1일, KTX가 개통하면서 새마을호의 위상은 떨어졌다. KTX보다 하위 등급의 열차로 운행되었으며, 위에서 언급하였던 서울-대전-동대구-부산을 운행할 정도의 특급열차로서의 지위는 KTX에게 넘겨주고 그저 급행열차로 머무르게 됐다. 그래도 새마을호는 PP동차의 복합열차라는 특색 있는 운행으로 KTX의 운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운행을 계속하였다.
'복합열차'라 함은 두 열차가 연결기로 연결하여 하나의 열차로 운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출발해서 각각 포항, 부산으로 가는 두 개의 열차가 동대구까지는 같은 선로를 따라가게 된다면, 두 열차를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는 연결해서 운행하고, 동대구에서부터 분리해서 각각 제 갈 길을 가는 운행이다.
이것이 PP동차의 장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차를 연결하려면 여러 인부가 각종 부품을 동원해서 연결해야 하는 보통 열차와는 다르게, 기차가 서로 만나면 알아서 부품이 맞물려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기술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현재 KTX-산천의 복합운행에 있어서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PP동차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PP동차의 노후화는 진행되었고, 운행 중 고장이 잦아지면서 1년 전부터 무궁화호나 화물을 끄는 기관차가 끌고 가면서 운행하고 있다.
물론 동차 사이에 있는 객차들은 약간의 개조를 하면 3년을 더 운행할 수 있지만, 엔진 같은 중요한 부품이 들어가는 양 끝 칸, 즉 새마을호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선두 차량이 운행할 수 있는 기간(내구연한)이 지남에 따라 시동을 애초에 걸어놓지 않고 객차의 기능만 수행하게 됐다. 이 외에 애초에 PP동차의 선두 차량을 분리하여 순수한 객차 부분만 기관차가 끌고 가는 형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나 둘 씩 폐차하여, 올해 11월 시각표 개정 때 부터는 PP동차의 운행 횟수는 대폭 줄어들게 되고, 올해 말까지 모두 폐차되게 된다.
'새마을호'라는 이름의 열차는 몇 년 후에나 사라진다. 하지만 새마을호라는 명성을 지켜오고, '특급열차'라고 하면 바로 떠올렸던 새마을호 동차는 곧 사라지게 된다. 그래도 PP동차의 날렵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KTX, KTX-산천이 등장하였기에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있어서 매우 큰 의미를 갖고 기억될 것이다. 아직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면, 또는 이 PP열차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다면, 맨 앞·뒤 칸에서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약 30분 정도의 여정을 즐겨보자. 객실에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기차 엔진소리를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