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황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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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10.18. 00:00

수정일 2007.10.18. 00:00

조회 3,095



시민기자 이승철

오랜 역사를 통해 시대의 흐름이 요즘처럼 빠른 때가 있었을까? 그래서 어떤 사람은 요즘의 10년은 옛날의 100년보다 더 많은 것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작년에 최신형이라고 구입한 TV와 휴대용 전화기, 디지털 카메라는 올해 벌써 구형이 되어버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디 전자제품 뿐이겠는가.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도 마찬가지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지난해에 발간된 잡지를 뒤적여보면 읽을거리가 제법 많았고 새로운 소식으로 느껴지는 것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양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다.

옷이며 생활용품도 순식간에 유행이 바뀌고, 편리하고 좋은 제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런 세월을 의식하지 않고 옛것을 소중하게 지키며 번성하는 동네가 있다. 바로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왕십리 황학동이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내려 왕십리 중앙시장을 지나 청계천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자 골목골목이 서울의 어느 거리와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우선 가게 앞에 내놓은 물건들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0년대나 아니면 그 이전에 보았던 듯한 낡은 반합이며 격자문짝, 그리고 축음기며 전화기, 고무신발에 요강까지... 그야말로 별의 별 물건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세상은 완전히 옛날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다. “월하의 공동묘지. 홍도야 울지 마라” 같은 그 옛날의 영화포스터와 옛날에는 귀하게 사용되었음직한 아주 낡은 타이프라이터, 옛날 광대들이 입던 옷까지 진열되어 있다.

“물건이 안 팔리면 왜 가게를 열어놓겠어요? 비싼 가게 임대료 내면서...” 이런 물건들이 팔리느냐고 묻자 주인아주머니가 말한다. 실제로 내가 가게를 둘러보고 있을 때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는 눈치다. 주인아주머니가 무엇을 찾느냐고 물으니 혹시 옛날 ‘각시 탈’ 같은 것도 있느냐고 물었다.

“자, 이쪽으로 와서 찾아보세요? 원하는 물건이 있는지” 아주머니가 안내한 한쪽 구석에는 신기한 보양의 탈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그 중에서 아주 못생기고 낯선 탈 모양이 보여 무슨 탈이냐고 물으니 ‘저팔계 탈’이라고 한다. 40대 남자 손님도 각시 탈 한 개를 찾아들고 나왔다. 주인아주머니는 이곳에서 벌써 20년 째 이런 골동품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었다. 가끔 사극영화나 고전드라마를 제작하는 영화사나 방송국에서도 이곳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조금 밖으로 나오자 바로 청계천이다. 서울의 한복판인 황학동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볼거리 많은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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