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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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10.09. 00:00

수정일 2007.10.09. 00:00

조회 3,650



시민기자 조문숙

직장인이라면 매일 먹는 점심 메뉴로 “오늘은 뭘 먹을까”하는 고민을 잠깐씩 하게 된다. 음식 종류가 다양한 것 같아도 회사에 나와 점심으로 먹는 음식은 몇 가지 종류 중의 선택이다.

시내 중심가에도 집 근처의 음식가에도 서울 시내 어딜 가도 음식점은 넘쳐난다. 그래서 사전 지식이 없이는 그 많은 곳 중 어디를 갈까 갈등하게 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흐름 만큼이나 음식점의 메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독특한 메뉴와 맛을 자랑하는 맛집 소개가 빈번하고, 맛 좋기로 소문난 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남과 다른 메뉴를 개발하느라 요리사들은 애를 쓰고, 시대 흐름에 맞춘 퓨전음식들도 수도 없이 다양해지는 세상이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독성이 강한 음식점은 수 십 년간 똑같은 맛을 내는 집들이다.

칼국수, 만두국, 감자탕, 막국수, 설렁탕, 메밀국수, 부침개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를 비롯해 스테이크, 생과일주스, 빙수, 아이스크림 등 오랜 기간 한결같은 맛을 만들어내는 곳들은 특별한 광고가 필요 없이도 언제나 손님들로 가득하다.

오랜만에 찾아와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예전에 먹었던 맛을 기대하고 왔는데 변함없이 입에 딱 붙는 음식맛을 내고 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메뉴지만 그 누구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는 그 집만의 맛. 사람들은 그 매력 때문에 같은 집을 또 찾고 또 찾게 되는 것이다.

대를 이은 맛집. 일본에서는 우동집을 비롯,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소문난 맛집은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예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음식장사를 했지만, 내 자식은 하지 않았으면”하는 옛 어른들의 사고방식도 “경제적으로 실리가 있고 본인이 원하다면 괜찮다”고 변해가는 것 같다.

조금만 장사가 잘 되면 체인사업화에 몰두하는 요즘, 맛의 자존심을 걸고 굳세게 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서울에 이런 오래된 맛집이 많아지면 그 자체가 관광명소가 될 수 있고, 굳이 이런 면을 따져보지 않는다 해도 수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맛은 사람에게 추억이고 기쁨이다. 그 때 먹었던 음식을 떠올리며 함께 먹었던 사람, 그 때의 분위기 등 주변의 많은 것들이 세트로 기억난다. 세대를 초월하는 맛은 그 자체로도 다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래서 새로운 메뉴로 무장하고 자주 바뀌는 음식점들 중에서 낡았지만 한결같은 맛은 더더욱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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