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표지석 순례기

admin

발행일 2007.10.01. 00:00

수정일 2007.10.01. 00:00

조회 3,456



시민기자 이혁진

시내에 볼일이 있으면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이제는 버스도 지하철만큼 정확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새삼스러운 얘기 같지만 지하철과 달리 버스를 이용하면 걷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편리한 환승제도 덕이지만 특별히 바쁘지 않으면 당장 내려서 걸으며 볼거리를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호기심 중에 하나가 이른바 표지석들이다. 표지석은 도로상 인도에 주로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인물과 사건, 그리고 유적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이정표이다. 표지석을 찾아다니다 보면 골목길과 소로에도 있어 지나치는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표지석은 서울시 전역에 걸쳐 설치돼 있다고 하지만 종로구 등 도심에 많다. 자치구에서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기리려는 노력의 결과이지만 왕궁과 북악산 주변에 유독 인물 표지석이 많은 걸 보면 역사적 인물들이 소위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는 것은 일리 있는 대목이다. 인상 깊은 표지석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북촌마을을 거닐다 보면 양반촌이라 그런지 내로라하는 인물들의 집터와 생가터가 많다. 구한말 우의정 박규수의 집터가 헌법재판소 내에 있으며 바로 뒤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 집이 사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가회동을 돌아 나오면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성삼문의 생가터가 있으며 독림운동가 손병희와 이상재 선생의 집터가 줄지어 있다. 경복궁 주변 세검정 쪽에는 세종대왕 생가터가 있고 낙원상가를 마주한 도로 상에는 정암 조광조 집터 표지석이 있다. 을지로 3가 명보극장 앞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집터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순례기는 끝이 없다. 표지석을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물과 사건들이 역사의 주인공들이라면 표지석은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조그만 거울이다. 비록 표지석의 내용이 당대만큼 화려하지 않더라도 분명한 것은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리 부실로 전혀 주목받지 못하거나 방치되다 시피한 표지석도 일부 있는 것은 유감이다. 특히 인물 표지석을 아끼고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추억하는 것은 뜻있는 역사공부라 생각한다. 시내를 걷다가 마주하는 표지석이 있다면 눈길을 주며 잠시 묵상하는 자세는 어떨지. 표지석은 역사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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