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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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9.18. 00:00
시민기자 이승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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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을 부리던 늦더위가 초가을에 쏟아진 많은 비에 떠밀려 저만큼 물러갔다.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과 함께 어느 듯 하늘도 파랗게 드높아졌다.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치달은 것이다. 농촌 들녘에 나가보면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이 황금들판으로 물들고 있는 모습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 풍경이다. 우리가 사는 서울이라고 해서 가을이 더디 올 리가 없다. 북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남산 위로 두둥실 떠오른 하얀 뭉게구름이 그렇고 석양 무렵에 북한산너머로 피어오른 선명하게 붉은 노을빛도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다. 청계천과 중랑천, 한강변을 따라 한들한들 피어난 코스모스 예쁜 모습과 공원길의 무궁화도 가을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엊그제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석촌호수의 가을풍경은 가슴 속을 파고드는 옛사랑의 그리움 같은 모습이었다. 잔잔한 푸른 호수에는 전설처럼 예스런 모습의 배들이 세 척이나 떠 있어서 주변의 크고 작은 나무들과 어우러져 참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조금 멀리 바라보면 높은 빌딩들이 산맥처럼 둘러쳐져 있는 모습이어서 마치 깊은 산중의 조용한 호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 호숫가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모습도 정겹기는 마찬가지였다. 잘 가꾸어진 산책로 주변에는 이름 모를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다투며 뽐내는 것처럼 예쁜 모습으로 피어 있고, 특히 수생식물인 부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 모습은 호수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가을이요? 바로 여기 와 있잖아요. 저 예쁜 꽃들과 부들 좀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인지, 더구나 저 호수 가운데 잠긴 푸른 하늘을 보세요? 온통 가을빛이잖아요?” 호수 주변을 산책하던 40대로 보이는 두 명의 주부에게 이곳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묻자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이었다. 표현이 너무 좋아서 혹시 시인이냐고 물으니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 아닌가요?”하고 반문하며 웃는다. 좋은 가을 시 외우는 것 있으면 한 번 읊어 보라고 주문해 보았다. 그러자 자신은 시인이 아니라며 수줍게 돌아섰던 아주머니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오래 전에 고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최양숙씨가 불렀던 노래였다. 그랬다.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 가을, 그 가을이 어느 듯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석촌 호숫가에서 산책하던 평범한 주부를 시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난여름 유난히 무더웠던 늦더위가 물러가고 가을비와 함께 다가온 계절이 청명한 하늘 아래 호숫가를 산책하던 중년주부들을 가을 낭만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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