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에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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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8.24.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보면 꽃과 나무들이 적지 않다. 계절 따라 모양과 색채를 달리하며 주변을 풍성하게 해주는 분위기메이커들이다. 지금 그들이 가장 짙푸른 시간이다. 하지만 군상 중에서도 최근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대나무이다. 장마철도 끝났건만 조금 내리는 비에 그들의 몸짓은 재빠르다. 비가 온 후 대나무 이파리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웃자라있다. 호기심은 계속된다. 일견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대나무가 아파트 요지에 왜 우뚝 서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조경 전문가를 만난 자리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관상용으로 심는 대나무는 성급한 현대인의 "빨리빨리"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속성으로 지은 아파트에 어울리는 수종으로 대나무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나무는 다른 수종에 비해 생장력이 왕성하고 조그만 대마무숲도 웅대한 느낌을 준다. 한편 대나무를 좋아하는 배경에는 우리들의 모호한 태도와 이중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나무는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니라고 한다. ‘나무’라는 말이 있어도 나이테가 없기에 나무라 칭할 수 없고, 풀처럼 줄기가 죽는 것도 아니기에 풀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대나무의 특성이 현대인의 성격을 비유적으로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대나무가 지닌 이미지다.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나 푸르른 모습을 지닌 대나무에 대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매료된다는 것이다. 사군자나 세한삼우에 대나무가 끼는 것은 아름다움 보다는 한결같은 지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은 순간의 현란함보다는 변함없는 순수함을 동경한다. 하긴 대대로 식자와 선비들이 대나무를 예찬하지 않았던가.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들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는 사시사철 흐트러짐 없이 자리를 지키는 대나무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대나무에 이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급변하는 세상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평상심에 대한 우리들의 그리움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날짐승으로부터의 보호에 대한 상징으로서 집 주위에 대나무를 촘촘히 심었다고 전한다. 요사이는 대나무를 현대인의 일그러진 정신과 마음을 다잡는 표상으로서 우리 곁에 가까이 두려고 한다. 오늘 지나는 길에 우리 주변의 푸른 대나무에 화답하듯 한번 손짓해보면 어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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