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간이역, 화랑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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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7.24. 00:00

수정일 2007.07.24. 00:00

조회 2,148



시민기자 조문숙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간이역을 찍어놓은 사진들을 종종 보게 된다. 간이역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좋은 피사체가 되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혹은 일본의 간이역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소박하고 인적이 드문 간이역은 조용하지만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해서 영화의 배경에도 곧잘 등장한다. 떠나고 만나고 이별하고... 모든 역이 이런 사연을 담고 있겠지만 간이역은 그 소박함 때문인지 아련한 기운이 남아있다.

지난 주말 어쩌다보니 화랑대역 근처를 가게 됐다. 6호선 지하철 화랑대역이 아닌, 육군사관학교 바로 옆에 있는 기차역 말이다. 가려고 간 것은 아니고 태릉 근처에 갔다가 처음으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 보게 되었다. 육사 근처를 지날 때마다 이 곳에 “딸랑딸랑”하는 종소리가 들리고 기찻길이 있다는 것은 알았어도 그 옆의 기차역을 들어가 볼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날은 “이 기차역에서 과연 기차가 정차하기는 하는 건지” 의문이 들며, 여기서 기차를 타면 어디로 갈 수 있는 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한여름 그야말로 녹음이 우거진 태릉 일대에 노랗고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허름한 목조건물 화랑대역. 사진으로만 보던 간이역의 느낌이 제대로 왔다. 이 곳이 서울 청량리역과 강원도 남춘천역을 오가는 경춘선 역사이고, 매일 6편의 상하행선 열차가 정차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러나 이렇게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을 오가는 풍경도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는 일부 경춘선 노선이 변경돼 화랑대역은 더 이상 기차 승객이 머무는 장소로서의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 건물은 7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지켜온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철거는 면하게 되었다. 70여년의 세월동안 이 장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만나고 기다렸을까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서울의 기차역은 효율성에 따라 이렇게 하나둘씩 없어져 가는가보다 싶어 아쉬웠고, 더 늦기 전에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한 번 여행을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육사에서 서울여대 삼육대로 연결되는 길은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나무가 많은 길이다.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고 나무와 주변의 텃밭 등 서울 같지 않은 서울에서 여유를 누려볼 수도 있다.

화랑대 기차역은 육군사관학교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10분정도 걷거나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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