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체험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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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5.02. 00:00
시민기자 최근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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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쨍하게 맑았다. 어딘가를 여행하기는 참 좋은 날씨다. 경복궁 오른편으로 자리 잡은 북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곳은 지위가 높던 양반들이 살던 지역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북촌이 있으니 남촌도 있을 것이다. 광화문 사이로 얼핏 남산 위에 솟은 서울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저쯤이 남촌이 아닐까 하는 공상을 하다가 오래전, 남산골 샛님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산골 밑에 사는 양반들은 관직에 나가지 않고 타고난 그 반골기질로 인해 조용히 숨어 사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북촌에 살고 있는 이들과 신분은 비슷했으나 관직이 없는 관계로 늘 생활이 빈곤했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상상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떠오르다 어느새 삼청동을 지나 북촌 골목길로 들어섰다. 죽 늘어선 내리막길에 김기덕 감독의 빈집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한옥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별천지를 감상하자니 도심 속에서 몇 걸음 다리품을 팔아 이렇게 과거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서울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리막길을 따라 '서울 예술 체험 장터'가 열리는 정독도서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 앞 도로에 죽 늘어선 천막 칸마다 '서울 예술 체험 장터'에 참가한 사람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는데 한지로 만든 명함과 명언들이 눈길을 끌었다. 누군가에게 짧은 글귀를 적어 마음을 전할 때 좋을 듯싶다. 바로 옆에선 꽃 모양으로 장식된 색색의 팽이들이 귀엽게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각을 하는 아저씨가 목판에 직접 손으로 글귀를 새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글씨에서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자원봉사자 코너에서 ‘하이서울’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샀다. 프로그램 북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뒤적이는데 뒤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뒤를 돌아보니 팔뚝 굵은 아저씨가 떡메를 내리치고 있었다. 전통 떡을 만들고 있었는데 절구에 떡을 넣고 떡메를 내리치는 아저씨의 입에서 “좋다~”라는 흥겨운 추임새가 더 재미있었다. 그 옆에서 콩가루를 먹음직스럽게 묻혀 시민들에게 떡을 썰어주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길 하나하나에 정성이 듬뿍 느껴졌다. 전통과 관련된 작품들도 있었지만 눈길을 끈 것은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여러 가지 장식품들이었다. 손수 한 땀 한 땀 만들었을 조각보도 예뻤고 도자기를 빚고 있는 젊은 도공의 모습도 참 진지해 보였다. 앙증맞은 액세서리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있는 작가의 붓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진다. 도공의 손끝에서 단지 흙이었던 물체가 멋진 도자기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광경에 길을 가던 수녀님 두 분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고 계셨다. 과거가 공존하는 북촌에서 열린 서울 예술 체험 장터를 구경하는 날, 하늘은 참 맑았다. 유쾌한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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