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오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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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4.27. 00:00

수정일 2007.04.27. 00:00

조회 1,317



시민기자 이승철

목련과 벚꽃들이 지고 난 거리에 라일락향이 싱그러운 봄이다. “이 거리에 오면 뭔가 느낌이 다르다니까” 종로 혜화동의 대학로를 걷던 20대로 보이는 남녀 4명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다. 그들은 공원을 거쳐 마을 안쪽으로 사라진다. 이곳은 옛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시절부터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1975년에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관악산 아래로 옮겨감에 따라 대신 그 자리에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되었고, 연극과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의 문화예술 단체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문예진흥원 앞 광장에는 이곳이 옛 서울대학교 자리였음을 알리는 작은 조각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동숭미술관, 샘터파랑새극장, 대학로극장, 마로니에소극장, 문예회관대극장 등의 문화예술 단체를 비롯, 30여명이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부터 500여명의 대극장까지 크고 작은 공연장 1백여 개가 모여 있어서 말 그대로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곳이다.

주말이면 공원 안에 있는 야외무대와 광장 이곳저곳에서 록과 헤비메탈, 비보이들의 역동적인 몸짓을 볼 수도 있고, 전위 행위예술이 있는가하면 아이들의 공연까지... 다양한 야외공연과 풍류마당이 벌어지고, 야외음악회, 시낭송회, 연극공연 등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예쁜 카페와 젊은이들이 즐겨먹는 먹거리, 그리고 이색적인 심리카페가 있는가 하면 거리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특별한 풍경들이 즐비하다.

발길을 돌려 큰 거리로 나서보자. 큰 거리의 모습도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보행자들의 인도가 다른 도심과는 달리 상당히 넓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보행로 곳곳에 서 있는 조각 작품들이 문화예술의 거리를 실감케 한다. 귀엽게 생긴 강아지 조각이 있는가 하면 유령처럼, 우주인처럼 보이는 조각 작품도 있다.

기차 바퀴 같은 커다란 쇠바퀴의 자전거 모형도 있고, 은행나무 가로수를 실은 듯한 선박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는 것 같은 조각품도 보인다. 한 곳에는 커다랗고 하얀 구슬이 놓여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 대니 그 구슬 속에 바로 내가 있지 않은가. 구슬이 아니라 우주이고 지구였다. 아니 나를 담은 거울이었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거리, 그리고 무언가 느낌이 오는 거리. 혜화동 대학로의 문화마을과 거리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문화에 동화되어 문화예술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대학로의 봄은 거리의 조각 작품들과 더불어 싱그러움이 더욱 진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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