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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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4.12. 00:00
시민기자 김영숙 | |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김순애 작곡의 가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와 조영식 작사 김동진 작곡의 ‘목련화’ 첫 절이다. 진달래와 벚꽃, 매실, 개나리 등 봄꽃들이 한창이지만 목련은 그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이다. 목련만큼 많이 시와 노래의 주제로 등장한 꽃이 없으니 말이다. 청명에서 곡우로 가는 이즈음을 ‘목련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서울의 서북쪽 끝 마을, 덕산(德山. 일명 거북산) 아래 자리 잡은 우리 동네 은평구 신사동 골목골목엔 거의 집집마다 목련이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페이브먼트가 곱게 깔린 골목 안은 목련의 화사한 미소로 가득하다. 목련꽃이 활짝 피어나면서 골목길도 환해졌다. 목련은 때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목련의 자태는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애잔하다. 물방울이 함초롬히 맺혀있는 유백색 꽃봉오리는 소복 입은 여인의 파리한 얼굴처럼 애처로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담고 있다. 그런가하면 비 개인 뒤 말갛게 씻긴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본 목련화는 말할 수 없이 고아하다. 또 달빛 아래 목련의 모습은 얼마나 고혹적인지. 소박함과 우아함을 함께 갖춘 신비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설렌다. 목련은 다른 꽃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꽃들이 해를 바라보며 남쪽을 향해 피는 것과는 달리 목련 꽃봉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햇볕을 많이 받은 남쪽 방향의 꽃잎이 북쪽 방향의 꽃잎보다 먼저 열려 위로 우뚝 서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목련을 두고 ‘북향화(北向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봉오리가 붓처럼 생겨 ‘목필(木筆)’이라는 별명도 있다. 목련은 불가(佛家)에서도 사랑을 받는다. 목련꽃과 연꽃의 생김새가 닮아서이다. 산사(山寺)에 가면 오래된 목련을 흔히 볼 수 있다. 순천 송광사와 선암사의 목련이 특히 유명하다. 목련꽃이 필 무렵,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새싹들의 잠을 깨우는 고마운 비이지만, 그렇잖아도 개화기간이 짧아 아쉬움이 큰 목련인데, 속절없이 낙화(落l花)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희고 순결한 만큼 비에 젖어 떨어진 목련꽃잎은 참혹하기까지 하다. 식물의 세계도 가인박명(佳人薄命)인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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