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와야...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고은빈

발행일 2013.01.17. 00:00

수정일 2013.01.17. 00:00

조회 2,094

[서울톡톡] 5060 세대와 2030 세대,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같은 인간이지만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사사건건 갈등이 생기곤 한다.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는 답한다. "새로운 종의 탄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2030,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種)

그렇다면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세대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예로 들겠습니다. 탈락한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색깔을 지키는 편이었죠. 반면 명예졸업을 한 김범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성공했습니다. 나가수가 없었다면 그는 끝까지 얼굴 없는 가수였을는지도 모릅니다. 그 크고 강하던 공룡은 새로운 환경에서 체온 조절에 실패해 멸종했습니다. 반면 털이 달린 작은 동물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았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납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5060과 2030 세대는 아예 다르다 말했다. "우리 세대는 무조건 움켜쥐어야 하는 세대였습니다. 6.25를 겪은 부모님 밑에서 그렇게 배워왔죠. 하지만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보다 나은 환경에서 여유롭게 자랐죠. 그래서 돕는 방식마저 다릅니다. 여력이 있을 때 나눠주는 우리와 달리 여러분은 계산 없이 가진 게 없어도 나누죠. 공감과 공생이 키워드인 세대가 됐습니다. '지금의 2030 세대가 5060 세대가 되는 날에는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게임의 법칙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는 새로운 세대의 주요한 특징이 '함께'에 있다고 보았다. "'Survival of the fittest(적자생존)'은 다윈의 진화론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용어입니다. 스펜서라는 사람이 만들었죠. 아쉬운 점은 이 용어도, 이 용어를 사용하는 우리도 다윈을 곡해했다는 것입니다. 비교급(Survival of the fitter)을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경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꼭 남을 짓밟아야만 살 수 있는 걸까요?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 동메달은 가치가 없습니까? 만약 나가수에서 제일 잘했다고 뽑힌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떨어진다면 그 경쟁이 아름답고 훈훈하게 마무리 될 수 있었을까요? 생물학적으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생물들에겐 모두 종(種)의 경계를 넘어선 파트너가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지구상에서 무게로 제일 경쟁력 있는 현화식물과 그 숫자로 제일 경쟁력 있는 곤충의 공생을 들 수 있습니다. 혼자서만 살고자 했다면 살지 못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공생인(Homo symbious)의 삶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세대답게 살아가기를

교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세대다운 삶을 살기를 강조했다. "우리나라, 우리 세대,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세계 사람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습니다. 문제를 주면 해결하기에만 급급했지 주도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온 세계 사람들이 바라보며 풀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인데 그렇게 하지를 못합니다. 전 국민이 똑같이 공부하고 성적순으로 줄을 서서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 다른 곳에서 배우는 것이 또 거기서 거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백날 열심히 해봤자 더 큰 발전은 오지 않습니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내 놓을 때 이런 말을 했답니다. '아이폰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그는 학문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맘껏 넘나들었습니다. 전 국민이 스티브 잡스 같다면 곤란하겠지만 이제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래야 앞으로의 세대가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옛날엔 사람들이 아는 게 많이 없어 아무나 어떤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정약용 선생이 화성 축조를 맡았을 때 그에겐 마땅한 자격이 없었죠. 그런데도 그는 해냈습니다. 전문성을 보는 현대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요새 다시금 '멀티플레이어가 되라'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복합적인 문제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한 분야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든 공동으로 일할 수 있는 정도의 소양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 넓게 알다보면 깊이 알 수도 있게 됩니다."

그는 우리나라 음식인 비빔밥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새 세대의 발전 가능성을 역설했다. "비빔밥은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음식입니다. 따로따로 먹어도 괜찮을 재료들을 한 데 몰아넣고 섞는, 서양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그 맛이 따로 먹을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새로운 맛입니다. 이런 것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 비비는 것, 섞는 것 하나에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서울대를 포함한 몇몇 대학교에서 이과계열 학과에 문과계열 학생들을 뽑으면서 학문의 경계가 약간씩 허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학문들이 융합될 수는 없겠지만 통섭을 이루어가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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