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꽃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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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3.29. 00:00
시민기자 이정엽 | |
잎도 꽃도 없이 그 색깔을 감추고 있는 겨울나무는 이름마저도 감추고 있는 듯하다. 늘 지나던 길에 있는 나무라 할지라도 그 정체를 잊어버린 채 발길을 옮기기 일쑤다. 하지만, 따뜻한 기운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하면 언제 피어 났는 지도 모르게 쓱 얼굴을 들이 미는 게 바로 개나리다. 새 봄, 새 생명의 신비감을 알려주는 전령으로 개나리만한 것이 또 있을까? 개나리는 겨우내 버석버석해 보이는 얇은 가지만을 남긴 채 앙상하게 무리로 몰려있다. 하지만 이 가지에 초록의 잎이 돋고, 노란 꽃이 피어날 때면,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주말 자주 다니던 산책로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보았다. 이 길에도 어김없이 노란 개나리 물결이었다. 원색의 옷을 입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더욱 활기차 보였다. 유난히도 무리지어 있어서 예쁜 꽃이 개나리이고, 그 색깔만으로 더없이 화려한 꽃이 개나리다. 나리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개나리’. 촌스러운 듯 정겨운 이름을 가진 개나리꽃은 나리꽃보다 그 크기가 작다. 나리꽃이 보통 한 두 송이의 큰 꽃을 피우는 반면 개나리는 하나의 가지에도 수백송이의 자잘한 꽃을 피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또한 개나리는 생명력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길가 어딘가, 꽃이 필 것 같지 않은 장소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무리지어 피어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먼저 온 봄볕에 실려 오는 내 사랑이여/ 개나리꽃으로 활짝 피어 난 마음/ 노란 빛에 정이 가득 들어 있는지/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그대 보려고/ 가슴에 노란 등 밝혀 기다리는지’, 이효녕은 ‘사랑이 개나리꽃으로 피어나고’라는 시에서 개나리를 사랑에 비유했다. 여린 듯 여리지 않고, 봄의 생명력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개나리. 기운차게 내뻗는 활기 앞에서 나의 희망도 피어난다. 봄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든 마음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봄의 기운을 마음껏 받아 ‘봄에는 좋은 일이 생기겠지.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힘을 내자’는 다짐으로 나를 충전시켜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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