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휴식
admin
발행일 2007.03.28. 00:00
시민기자 김기영 | |
오래전 낡은 사진첩을 뒤척이다 어릴 적 친구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할 때, 연인과 함께 데이트 할 때,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홀로 밤을 지새울 때...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퇴근 후 거리를 걷다 문득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난다. 옛 선인들의 흔적과 현대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 삼청동(三淸洞). 그 곳에 가면 향기로운 정취가 느껴진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내려 기와지붕이 보이는 골목에 다다르면 그 곳부터 삼청동 기행이 시작된다. 골목을 걷다보면 이 곳이 정말 복잡한 도심 한 가운데 있는 곳인가 할 정도로 조용하고, 책 속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조금 더 걸으면 거리 양쪽에 두 개의 학교 간판이 눈이 들어온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두 학교는 세월의 흔적이 많이 스치고 지나간 듯하다. 그리고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면 나무에 가려 그냥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돌다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곳을 통해 서로 만나고 헤어졌을까. 다리를 지나면, 삼청동 주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동네가 하나 둘씩 보이고 구수한 수제비와 향기로운 차 한잔의 내음이 삼청동을 찾아온 나그네에게 인사를 건넨다. 삼청동의 주택은 조선 시대에 지었을 법한 기와를 얻은 집들과 콘크리트로 지은 현대적인 집들이 함께 공존한다. 신도시가 생기고, 하늘을 향해 뻗은 아파트 숲은 이 곳을 빗겨 간듯하다. 휴식도 할 겸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시러 카페 문을 연다. 클래식한 음악이 이내 귀를 자극한다. 카페에는 주인이 여행을 통해 구입했을까 싶은 책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벽에는 카페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하얀색으로 칠해진 나무로 만든 등불이 멋스럽게 걸려있다. 카페를 지나면 삼청동 삼거리가 나온다. 세 갈래의 길 중 종로로 가는 길과 광화문 방향, 삼청동 주택가로 가는 길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나는 주택가 골목길을 택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이 내 시야에 더 들어왔다. 골목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작은 박물관, 수공예전문점 등이 있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면 벽에 그림이나 글씨가 새겨진 조각이 간간히 눈에 띠고, 삼청동의 끝에 다다른다. 그 곳에서 바라보면 한 참을 올라가야 할 듯한 계단과 레스토랑, 카페 등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느 덧 시간은 흘러 해가 기운다. 그리고 삼청동의 하루가 끝나가며 나그네에게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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