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버스, 어디서 타면 되죠?
발행일 2010.12.23. 00:00
염곡사거리 부근에서 471번 버스에 오른 회사원 승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장차림의 점잖은 모습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버스의 이곳저곳을 사진 찍는다. 캐럴이 울려퍼지는 버스는 반짝거리는 장식술로 잔뜩 장식을 했다. 빨간색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버스 기사 뒷자리에는 색색의 방울, 종, 리본으로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여 있다. 승객들은 저마다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소망을 메모지에 적어 창문에 붙이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운전석 옆에 놓인 바구니에서 사탕을 집어 먹는다. 서울시내를 운행하는 버스 내부는 16세기 크리스마스트리를 처음 만든 선교사 마틴 루터가 살던 집의 정원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버스가 돌아왔다. 탄생 5년째를 맞는 성탄버스는 매년 12월 1일부터 다음해 1월 31일까지 운행된다. 전구를 버스 회사 전기부에서 일괄적으로 달아주는 것을 제외하면, 장식은 기사와 기사 가족들이 직접 꾸민다. 그래서 애착이 더 크다. 360번을 운전하는 한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들이 즐겁게 버스에 오르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웃는 승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운전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성탄버스에서 내린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은 버스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걸 보니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서울에 온 지 10개월가량 지났는데 아직도 한국에서 매번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된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탄버스를 처음 운행한 회사는 (주)한국BRT로 2004년 서울시 버스 개편 때 생겨난 4대 주간선 컨소시엄 업체이다. 회사 관계자는 성탄버스를 처음 운행할 때만 해도 ‘버스는 난폭하고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연말연시면 찾아오는 ‘명물’이 됐다며, 2005년에는 5대로 시작했던 것이 벌써 80대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 노선이라도 성탄버스가 일반 버스보다 10~20% 정도 승객이 많다”며 “저녁때면 반짝이는 조명에 끌려 승객이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성탄버스 한쪽에는 승객들이 소망을 담은 일명 ‘소망 메모지’가 준비되어 있다. 준비된 메모지에 소망을 쓴 뒤 버스 차창에 붙이면 되는 것. 차창에 빼곡히 붙은 메모지에는 ‘알찬 2011년 보내게 해주세요’,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할께요’, ‘운전면허 붙게 해주세요’ 등 승객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소망 이야기가 적혀 있다. 성탄전야 서울의 시내버스는 메시아가 전하고 간 훈훈한 사랑 이야기들을 싣고 달린다. 이번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복잡하고 짜증스러운 자가용 대신 성탄버스를 타고 서울 도심을 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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