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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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3.26. 00:00

수정일 2007.03.26. 00:00

조회 2,500



시민기자 노진헌

역사가 오래된 도시일수록 사연도 많다. 그 도시 속에서 부대끼며 지낸 사람들이 많고, 그 도시에서 숨쉬며 일어났던 일들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특히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일수록 그 나라 출신의 유명인사들의 옛집을 방문하게 된다. 세익스피어, 단테, 모차르트, 베토벤, 피카소 등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인물들의 옛집은 너무 많은 방문객이 드나들어 반질반질해질 정도이다.

우리도 오랜 역사와 그에 따라 변화해 온 문화를 얘기하자면 만만치 않은 깊이를 가지고 있다. 그 세월을 뚫고 살아온 선조들 중 현재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들 또한 많건만, 그들에 대한 기록 혹은 그들이 기거했던 장소에 대한 보존은 그다지 잘 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안국동 길을 걷다가 무심히 문이 닫혀있는 고택을 발견했다. 담장도 높고 대문도 무거워 보이고, 보통의 집은 아닌 듯해서 문패를 보니 ‘윤보선 생가’였다. 서울의 대표적 명당터로 꼽히는 안국동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명택이다.

명문가로 꼽히는 이 집에는 현재 장손 가족이 살림을 하고 있는데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여간해서는 내부를 볼 수 없다. 대지 1400평에 건평 250평의 큰 규모의 이 집은 외부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오래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느낌이 든다.

서울의 고택은 찾아보면 곳곳에 위치해 있는데, 그 중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 상허 이태준이 기거했던 수연산방이다. 1933년부터 1946년까지 14년간 문학작품을 집필한 이 곳은 1998년부터 찻집으로 변했다. 고즈넉한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옥의 운치를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런 과거를 알고 온 사람, 혹은 모르고 들른 사람들로 이 곳은 늘 자리가 차있다. 본채, 장독대, 마당의 우물까지... 이 집은 처음 지어졌던 당시와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한다.

유명인이 머물렀던 서울 속 역사 속 장소가 궁금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서울문화재단이 마련한 ‘서울 속 미술유적 투어’인데, 지난 25일 시작해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씩 화가들의 고택을 방문해 문화의 향기에 흠뻑 젖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최순우 성북동 고택, 장욱진 명륜동 고택, 전형필ㆍ김환기 성북동 고택, 백남준 서린동 고택을 방문해 미술평론가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속에 자리 잡은 우리 역사의 중요한 장소들,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잘 보존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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