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와 봄기운

admin

발행일 2007.03.22. 00:00

수정일 2007.03.22. 00:00

조회 1,689



시민기자 조문숙

푸른 잔디 풀 위로 꽃바람은 불고, 아지랑이 잔잔히 끼인 어떤 날~~’
가곡 ‘나물 캐는 처녀’의 노랫말을 흥얼거려본다. 통통 튀는 선율만큼이나 노랫말도 봄바람을 닮아 가볍다. 강한 햇살을 받아 마치 투명한 불꽃처럼 아른대는 아지랑이는 봄철 신기루 같다.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자 봄기운을 알리는 사진들을 곳곳에서 보게 되는데, 며칠 전 냉이 캐는 아주머니들의 사진을 보았다. 냉이가 아닌 봄을 캐내고 있는 것 같아 파릇파릇한 냄새가 전해지는 듯 했다.

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쑥 잡아 빼서 흙을 털어 바구니에 담겨지는 냉이. 그 쌉쌀한 향기는 저절로 밥맛이 돌게 만든다. 냉이의 어린 순과 잎은 뿌리와 더불어 봄철 보양나물이다. 뿌리까지 넣고 우려낸 된장국이나 나물죽은 다른 나물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냉이는 그 향만큼 효능도 뛰어나다. 소화를 잘 되게 하며, 출혈을 멎게 하고, 간을 튼튼하게, 무엇보다 기운을 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봄철에 나른하고 입맛도 없을 때, 냉이를 먹으면 깔깔하던 입맛도 좋아지는 것이다. 냉이를 무쳐서 얼마 먹지 않는다면, 잘게 썰어서 죽으로 끓여 먹어도 좋다. 그러면 밥맛도 좋아지고, 기력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야채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고, 칼슘과 철분, 비타민 A가 많아 춘곤증 예방에도 그만이다. 특히 냉이를 하루 100g만 먹으면 비타민 A의 경우, 1일 필요량의 3분의 1은 충당이 된다고 한다. 또, 식이섬유와 비타민C를 비롯, 칼슘은 시금치의 3배나 들어있어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봄채소이다. 냉이에 있는 무기질은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하니, 끓여서 요리를 해도 영양소 파괴를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냉이된장찌개, 냉이고추장무침, 냉이조개국, 굴냉이국, 냉이죽, 냉이를 넣은 봄나물 샐러드 등 냉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요리도 다양하다.

그러고 보면, 예전 사람들은 요즘처럼 특별히 보양음식을 챙겨 먹지 않아도 이렇게 제철 자연음식으로 영양분을 보충했나 보다. 각종 조미료를 넣은 강한 맛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가공하지 않은 맛은 점점 더 그 가치를 잃어가는 듯하다. 올 봄, 냉이를 따는 사람들의 손길, 산냄새, 봄내음을 생각하며 손맛이 묻어나는 냉이요리,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몸과 마음에 산뜻함을 안겨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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