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의 낭만, 남산야외식물원

시민기자 최연정

발행일 2010.11.24. 00:00

수정일 2010.11.24. 00:00

조회 4,320

얼마 전, 2009년 12월부터 시작된 전시관 리모델링과 야외식물원 개선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남산야외식물원을 찾았다. 남산야외식물원은 남산 제모습 찾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1994년 철거한 한남동 외인주택 터에 조성하여 1998년 5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왔다. 보유식물은 13개 주제로 나뉘어져 서울 지방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 총 269종, 117,132주가 심겨져 있다.

이곳은 야외식물원을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학습공간으로 가꾸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몸으로 느끼게 하자는 취지로 모인 생태 자원활동가들이 서울의 공원 내에서 제일 먼저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10여 년동안 야외식물원을 거쳐간 어린이들이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공원 자원봉사 신청을 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초창기에 활동했던 자원활동가들은 대부분 취업을 했거나 전문 직종에 종사하여 현재는 남사모(남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동식물, 곤충에 대한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남산의 역사문화와 유적들에 대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십수 년동안 청소년 생태체험 학습장으로 사용해 왔던 전시관은 노후한 실내와 외장 리모델링을 마치고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 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자연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야외식물원의 큰 변화는 산책로의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던 거대한 양버즘나무, 아까시나무 등을 제거하여 공사 전보다 시야가 훨씬 넓어진 점이다.

곳곳에 놓여진 벤치와 야외 테이블은 혼자서라도 머물다 가고 싶고, 친화적인 산책로는 깔끔하게 단장되었다. 중심 산책로가 데크로 바뀐 야생화공원의 원두막 높이도 한층 낮아져서 유아들이나 노인들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개선되었다. 가을 초본류도 새로운 품종을 식재하여 생태종의 다양성을 확보한 노력이 엿보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각장애인 식물원과 화목원 자리에 생긴 실개천이었다. 자연을 직접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배려해 점자안내판과 방향성 식물을 배치한 공간이었지만 수 년동안 그들의 방문은 거의 없었고, 배수장이 근처에 있는 관계로 실개천 조성지로 낙점된 것이라 한다.

물길을 위해 산책로 폭을 줄이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어났던 남산 북측 산책로의 실개천과는 달리 야외식물원은 기존에 있던 산책로의 폭을 그대로 살려, 쾌적하고 운치있는 실개천을 감상하며 산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변 서식처에는 털머위, 택사 등 다양한 식물을 심었고, 크고 작은 경계석들이 정겹다.

산책로 옆으로 길게 허리 틀고 누운 실개천을 따라 가는데, 남사모 회원들이 모니터링 하는 모습이 보였다. 공사때문에 11개월동안 청소년 생태프로그램 자원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그녀들은 모여서 새로운 학습 아이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양인숙(41세)씨에게 좋아진 점을 물었다. "야외식물원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 같진 않더라도 무던한 자연의 마음을 담아 갈수 있는 실개천다운 실개천이 생겨서 좋아요."

회원 백정숙(43세)씨는 "내년 생태학습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린이들에게 '인기 짱'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실개천으로 우리 식물원이 대박 날 것 같다"며 웃었다. 회원 이애경(45세)씨도 여지껏 본 인공 실개천 중에서 제일 잘 만든 것 같다며 내년 봄부터는 실개천에서 어린이들과 수생생물을 공부하며 또 다른 환경철학에 접근하게 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고 했다. 아무쪼록 생태·역사성의 지속적인 회복(回復)과 새로운 남산 자락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도심 속 공간으로 거듭 나길 바라본다.

혹시, 늦가을의 풍경을 여유롭게 느끼고 싶은 이가 있다면, 분분히 날아드는 가랑잎들이 꽃비가 되어 내리고, 가슴 속 켜켜히 쌓여있는 고독처럼 낙엽들이 한뼘 쯤 묻어 있는 곳을 권유하고 싶다. 바로 가을 끝자락의 호젓한 낭만이 있는 남산야외식물원이다.

 

<남산야외식물원>

구성: 야외식물원, 야생화공원, 8도 소나무단지, 맨발공원, 남산전시관(카페테리아)
교통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서 402, 405번 환승, 하얏트호텔 하차
걷기코스: 한강진역-보광배수지-산책로-소월로-팔도소나무단지-야생화공원
             -맨발공원-야외식물원-실개천-연못-수복천 약수터(1시간)
문의: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template/common/reservation/guide.jsp?park_id=namsan) 또는 전화 02) 3783-5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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