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골목길

admin

발행일 2007.03.15. 00:00

수정일 2007.03.15. 00:00

조회 1,885



시민기자 노진헌

날씨가 좀 따뜻해지니 아무래도 거리를 걷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웬만한 거리는 좀 걷고, 친구를 만나서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등에 햇살을 받으며 한적한 곳을 걸어 다니는 것은 분명 여유로운 모습이다.

서울에도 걷기 좋은 길로 소문난 장소들이 여러 곳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몰라도 강남의 쭉쭉 뻗은 대로보다는 강북의 좁은 골목이 더 걷는 재미가 있다. 강북의 좁은 골목은 늘 예측불허다. 길이 끝날 것 같은 막다른 골목에 또 다른 길 혹은 계단이 있거나, 길이 계속 이어질 것 같은 곳인데, 뚝 끊겨버리기도 한다.

좁다랗고 경사진 골목, 이제 서울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풍경 중 하나일 것이다. 전에는 이 좁은 골목에서 아이들이 술래잡기도 하고 고무줄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놀았다. 요즘 아이들이 넓은 길에서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고 노는 것과 비교해 보면 참 달라진 모습이다.

인간미 물씬 풍기는 공간. 한국적인 냄새 물씬 나는 골목길이 점점 아련해지고 있다. 도로계획으로 길이 잘 닦이고 동네가 정비되다 보면, 사람도 차도 자전거도 다니기 좋은 대로가 뻥 뚫리기 때문이다. 낡은 골목길에서의 사진 한 장이 분위기 있는 이유도 첨단문명에 젖은 우리들에게 또 다른 낯설음으로 다가오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골목길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지만, 문화와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는 창조적 공간이다. 낡은 사진처럼 빛은 바래 가지만, 정감은 더욱 깊어가는 서울의 골목길. 그 좁은 골목은 조금씩 진화해 간다. 좁은 골목길을 맞대고 살아왔던 지난 시절에 비해 넓직넓직한 길이 만들어 지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그만큼 멀어지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간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