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담은 삶

admin

발행일 2007.03.13. 00:00

수정일 2007.03.13. 00:00

조회 1,401



시민기자 박태규

꽃샘추위로 낮아진 기온에 서울시립박물관은 한산하기만 했다.
서소문동 37번지 옛 법원자리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4월8일까지 국전초대작가 권영우의 ‘종이에 담은 삶(life of paper)’ 展이 열리고 있다.

그의 일생을 걸고 이룩한 화업의 산물들을 기증한 그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자 하는 동기에서 기획된 전시라고 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혈통의 순수함과 전통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화법과 필법, 용묵에 매인 형식적 테두리를 과감히 탈피하고, 청빈한 생활을 통해 심신을 단정히 하고, 시서화를 통해 고매한 인격을 형성하는 문인의 정신을 간직하며, 그것을 삶에서 구현해 왔다.

파리체류시절에는 버려진 자동차 번호판을 주어다 한지로 겹겹이 덧바르거나 와인병의 포장재를 붙여서 쓰기도 했으며, 한국에서는 버려진 패트병과 플라스틱, 일회용 수저, 와이셔츠의 모양을 잡기위해 집어넣는 마분지 등을 오브제로 사용했다.

버려진 것을 주어다 쓰니 사실 그의 그림은 싼 것 이란 공식이 성립될 수도 있지만 하찮은 일상과 사물에 대한 그의 애정 어린 관찰력, 발견을 통해 예술로 승화된 그의 작품세계는 오히려 고고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외관의 비약적인 발전과는 대조적으로 정신적 유산의 계승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정신적 맥을 잃지 않은 예술의 현대화를 이룩한 권영우 화백의 작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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