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30분, 지하철 터널에서 무슨 일이?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0.10.25. 00:00

수정일 2010.10.25. 00:00

조회 3,991


서울지하철의 터널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하철 터널을 직접 걸어볼 수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주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22일 밤 24시 30분. 막차 시간대라 한산해야 할 5호선 종로3가역. 그러나 고객상담실과 승강장에는 약 400명의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면면도 다양했다. 이들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개최하는 '도심지하철 터널걷기 체험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시민들은 전동차를 타고 지하철 터널 안에서 움직이지만, 정작 터널 안쪽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는 없다. 더구나 그동안 차량기지나 기관사 운전실 등은 공개된 적이 많았지만, 실제 영업을 하는 터널이 공개되는 것은 드문 일로, 고객에게 숨김없이 다가가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공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본 행사는 당초 100명으로만 단출하게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막상 접수를 시작하고 보니 남녀노소와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열기로 인해 주최측도 꽤나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에 공사에서는 참가신청을 했던 시민 모두를 초청하기로 결정하였다.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등록을 마친 시민들은 우선 안전을 위하여 마스크와 장갑을 지급 받았다. 그리고 승강장 계단에 앉아 도시철도공사 기술 홍보 동영상 시청, 간단한 퀴즈 이벤트, 공사 직원의 축하 공연, 터널 관리 첨단 기술과 장비 소개 등의 식전행사를 관람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안전교육이 실시되었다. 지하철 터널은 어두운데다가 철로가 설치되어 있어 넘어지기 쉽고, 배수로처럼 푹 파인 곳이 있어 다치기 쉽다. 따라서 안전교육을 받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체험단은 이제 약 40여 명씩 조를 구성하여 터널 체험을 시작하였다. 우선 터널로 내려가는 방법을 배웠는데 스크린도어의 비상문을 열고, 승강장 한쪽에 놓여진 비상사다리를 내리고 터널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종로3가역은 지하철 1, 3, 5호선의 환승역으로, 나중에 지어진 노선이 기존 노선의 아래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5호선의 심도는 매우 깊다. 따라서 이런 경우, 역사 내 화재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는 무리해서 지상으로 나오려는 것보다 차라리 터널 쪽으로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따라서 승강장에서 터널로 내려가는 방법을 숙지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비상사다리를 통해 철로 쪽으로 내려왔으며 드디어 을지로4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하철 터널은 예상보다 무척 컸다. 전동차의 바닥면이 높기 때문에 전동차의 전체 높이와 상부에 설치된 전차선까지 고려하면 터널의 높이는 무척 높았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지하에 이렇게 큰 구조물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생각에 새삼 놀라움이 들었다. 우리들이 걸어갈 때 지하철은 이미 막차가 지나가 열차 운행은 더 이상 없는 상태였다. 안전을 위해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천장의 전차선도 단전된 상태였고, 안내직원들의 손전등과 터널 안에 설치된 형광등만이 우리가 가는 길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터널안의 온도는 일정한 편이라, 바깥의 쌀쌀한 날씨에 비하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다. 종로3가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가는 도중에 청계천 지하를 지나가게 되는데 터널이 워낙 깊은 곳에 있다 보니 특별히 실감을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벽에 붙은 표지판을 통해 이곳이 청계천 지하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 행사는 터널을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견학과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터널을 걷다보면 아래쪽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지하수이다. 지하수는 바닥의 물탱크에 모여 배수펌프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배수펌프실도 들러보았는데, 큰 규모의 펌프와 파이프를 볼 수 있었다. 특히 5호선 도심구간은 청계천과 노선이 비슷하기 때문에 5호선에서 배출된 지하수가 청계천으로도 흘러든다고 한다.

그 외에 곡선이 심한 레일에 자동으로 기름칠을 해 소음을 줄여주는 ‘도유기’, 바닥과 벽면에 설치되어 소음을 줄여주는 ‘흡음재’, 천장에 설치되어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강체가선’, 화재발생시 연기를 빠른 시간 안에 제거해주는 ‘환기덕트’ 등 터널을 유지해주는 다양한 시설들을 견학할 수 있었다.

터널에 내려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먼 곳에서 엔진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바로 오늘 행사의 백미인 장비시연회를 위해 도착한 장비차량들이었다. 낮에는 지하철 터널에 전동차가 다니지만, 밤에는 장비차량들이 다니면서 터널을 청소하고 보수한다. 이런 장비차량으로는 고압을 물을 뿌려주는 ‘고압살수차’, 진공청소기처럼 바닥을 청소하는 ‘도상흡진청소기’, 선로의 균열이나 뒤틀림을 검사하는 ‘레일탐상차’, ‘궤도검측차’ 등이 있다. 특히 비가 오면 공기가 깨끗해지는 원리를 이용하여 물을 뿌려 터널내의 먼지를 제거하는 ‘워터스크린’도 있었다. 대부분 도시철도공사 자체 기술로 개발된 것으로 공사의 연구개발 노력을 알 수 있었다.



체험단 바로 앞에서 모습을 보여준 고압살수차는 곧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고압살수를 시작하였다. 천장, 벽면, 바닥 등 사방팔방으로 살수가 실시되었으며 이를 통해 터널 내부를 한꺼번에 물청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특히 물청소 후 바닥에 쌓이는 젖은 먼지덩어리인 슬러지까지 흡입할 수 있어 마무리도 깔끔했다. 물청소를 마친 터널을 직접 걸어가 보니 훨씬 말끔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체험단은 각종 체험을 해가면서 두 정거장 약 2km를 걸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옛 동대문운동장역)에 도착했고 승강장으로 올라왔다. 지하철로 가면 4분이면 갈 거리를 천천히 걸어서 1시간쯤 걸린 셈이니 지하철의 빠른 속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합실에 올라온 체험단은 기념품으로 교통카드를 받은 뒤 3시 30분쯤 지상으로 올라와 해산하였다.

이번에 체험한 5호선 종로3가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구간은 5~8호선 중 매우 오래된 터널이었다. 특히 곡선이 심하며 주변에 큰 건물이 많고, 청계천 하부를 지나가는 등의 이유로 매우 열악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고의 터널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도시철도공사 터널관리단의 모습을 직접 보자, 앞으로도 승객들이 전동차를 타고 계속 안전하게 터널을 다닐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도시의 도로가 지상의 대동맥이라면, 지하철의 터널은 지하의 대동맥이다. 이 같은 터널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도시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많은 시민들을 초대하여 유익하게 재미있는 행사를 열어주신 모든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께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지하철이 서울의 기반시설로서 큰 역할을 계속하기를 기대한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