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같은 손으로 중랑천 지킨다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0.10.14. 00:00

수정일 2010.10.14. 00:00

조회 3,212

“중랑천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데 저희들도 앞장서겠습니다.” 초등학생들의 당찬 각오다. 중랑천 위에 걸린 장안교 아래 둔치에서 한국환경청소년서울연맹 이원병 사무총장의 우리 환경과 중랑천 수질문제에 대한 강의를 듣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이날 환경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은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는 전농초등학교 5학년, 150여 명의 어린이들이었다. 선생님들의 인솔로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은 평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환경문제와, 특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중랑천의 수질문제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는 환경단체 선생님들의 강의를 주의 깊게 경청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중랑천 환경교실, 중랑천은 살아 있다’로 중랑천의 수질관리 문제였다. 회원이 2천여 명인 한국환경청소년서울연맹에서는 중랑천 오염방지 감시를 위해 수시로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강사로 나온 이원병 사무총장은 중랑천의 생태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질문제, 중랑천변에 서식하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근래에 들어와 우리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식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교육에서는 실제로 중랑천 물을 직접 실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옛날엔 죽은 하천으로 썩는 냄새가 진동했던 중랑천이 살아난 모습이었다. 시험관에서 측정한 중랑천 물의 용존산소량은 13~14로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어른 팔뚝보다 굵은 잉어들과 어린 물고기들 그리고 물위에서 먹이를 찾는 오리들의 풍경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그가 들고 나온 식물은 꽃이 하얗고 예쁜 '서양등골나물‘이라는 낯선 이름이었다.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번식력이 너무 왕성해서 우리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퍼진 상태입니다.” 설명에 의하면 이 식물은 꽃도 예쁘고 정다워 보이지만 독성이 강해서 소나 말 같은 동물이 먹으면 젖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새끼를 임신한 소가 먹으면 낙태를 할 만큼 독성이 강하며, 젖소가 이 풀을 먹고 생산한 우유를 사람이 먹어도 매우 해롭다는 것이었다.

중랑천 오염 감시와 청소년 환경교육에 앞장선 한국환경청소년서울연맹

“꽃은 예쁜데 매우 나쁜 식물인 것 같아요. 외국에서 이런 나쁜 식물은 안 들어 왔으면 좋겠어요.” 5학년 임정한 어린이와 전유준 어린이는 꽃을 들어 보이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알고 보니 우리 생태환경을 교란하는 외래종 식물들은 의외로 많았다. 이사무총장은 대표적인 식물들로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물참새피, 가시박, 도깨비가지 등을 꼽으며 우리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외래종 식물들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진행된 수질관리에 대한 교육은 유용한 미생물을 연구하고 배양하여 보급하는 ‘EM(Effective Micro-organisms)환경‘ 대표 윤현중 씨가 맡아주었다. 윤대표는 중랑천 같은 도시하천에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음식점, 공장에서 더러운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수질관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한데, 더러워진 물을 정화하기 위해 오염된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배양한 ‘미생물배양토 흙덩이’를 정기적으로 하천 물에 뿌려 물을 맑게 정화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다. 미생물배양토는 이웃 일본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인데 ’EM환경‘에서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여 직접 만든 배양토 흙덩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어린이들이 수질정화용 미생물배양토 흙덩이를 직접 중랑천에 던져 넣는 실습도 했다. 어린이 주먹만큼씩 뭉쳐진 배양토 흙덩이를 하천에 던져 놓으면 수질정화 효과가 3~6개월간 지속된다고 한다.

환경교육에 진지하게 참여한 어린이들과 미생물배양토를 이용한 수질개선 방법

한국환경청소년서울연맹에서는 지난 4월부터 중랑천 인근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번의 환경교육과 체험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이번 교육과 체험행사에도 전농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과 함께 몇 명의 학부형들 그리고 한학수 서울연맹회장과 유범진 부회장, 강성본 이사 등이 참여하여 중랑천의 환경과 수질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환경과 생태계, 수질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마친 어린이들은 중랑천 물길을 따라 걸으며 생태환경을 직접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중랑천 둔치에서는 예쁜 꽃을 활짝 피운 메밀밭을 가꾸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쁜 모습이었다. 메밀밭 옆 화단에 있는 예쁜 정자 지붕에는 수세미 몇 개가 자라고, 서늘한 날씨에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양쪽에는 수크령과 갈대꽃이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멋지게 장식해 주고 있었다. 하류쪽으로 조금 걸어 내려가자 빨갛고 노란 가을꽃들이 흐드러진 화단이 화사하다. 근처 물이 약간 깊은 곳에서는 나이 들어 보이는 시민 몇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아름다운 계절에 세월을 낚는 모습이 정답다. 모두 생태계와 수질이 개선되어 아름답고 깨끗해진 환경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문의: 한국환경청소년서울연맹 ☎ 02) 733-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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