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헌책방

admin

발행일 2007.02.21. 00:00

수정일 2007.02.21. 00:00

조회 1,819



시민기자 노진헌

집안 구석구석 여기 저기 꽂아놓고 놓아 둔 책들을 보며 ‘정리를 해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 며칠 전 큰 맘 먹고 시작을 했다. ‘언젠가 한 번은 보겠지’ 하며 10여년을 그냥 꽃혀만 있었던 책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정리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책들이 버릴 목록으로 쌓여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너무 낡은 책도 있고, 선물 받은 책, 첫 줄도 안 읽어본 책들이 있다. 줄로 묶어서 몽땅 버릴까 생각하다가 내게는 별 필요가 없어도 누군가는 필요할 수 있겠다 싶어 일부는 헌책방에 가져가 읽고 싶은 책과 바꿔봐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적이 처음인지라 헌책방 하면 생각나는 동대문 거리 외에는 동네에는 헌책방이 어디 있는 지 알 길이 없었다.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해서, 몇 군데 헌책방을 발견했다.

우리 동네에도 생각보다 큰 헌책방이 있었다. 정리된 책 중 새 책들을 골라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가격은 얼마 안 쳐주었다. 정가 만원이 넘는 새 책이지만 2~3천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헌책방의 책 구경도 하고, 10여권에 이르는 책을 바꾼 돈으로 내게 필요한 좋은 책들을 바꿀 수 있었다. 가게 주인은 내가 찾는 책이 어디쯤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지만, 그 부근에 가서도 한참을 찾아야 발견할 수가 있다. ‘헌책방에는 이런 재미가 있구나’ 하며 들뜬 마음으로 바꾼 책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헌책방에서 잘 팔리는 것들은 주로 참고서인 듯 했다. 파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많아 최신 것일수록 바로바로 팔렸다. 헌책방에 들어가면 나는 쾌쾌한 책 냄새가 있다. 잔뜩 쌓인 책더미 속에서 먼지를 털어가며 필요한 책을 골라내는 것도 일이다. 중고음반 가게에서 그렇게 찾던 음반을 발견하고는 가슴 두근두근했던 것처럼, 헌책방도 나에게 소중한 책이 묻혀있는 보물창고가 아닌가 싶었다.

책도 음반도 예전만큼 잘 사게 되지 않고, 더구나 중고음반점이나 중고 책방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각자의 집에 있는 안 보는 책들을 헌책방을 통해서 서로 교환해서 볼 수 있다면 꽤 큰 보물들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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