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표정을 말하다

admin

발행일 2007.02.06. 00:00

수정일 2007.02.06. 00:00

조회 1,829



시민기자 이정엽

서울 도심의 빌딩들은 나날이 높아지고 많아진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몇몇 고층건물 앞에는 눈길을 끄는 조형물이 있고, 간혹 어떤 건물 앞에는 ‘여기 왜 이런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생뚱맞은 조형물이 서 있기도 하다.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옆에 건물만큼 높은 키로, 끊임없이 팔을 움직이고 있는 ‘망치질하는 사람’은 이제 누구에게나 각인된 조형물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채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며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빨간색 공을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 올린 것으로 색깔이나 형태 면에서 모두 흥미를 끌고 있다. 2007년으로 해가 바뀌면서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를 본 따 2,0,0,7이란 숫자를 각기 다른 색깔로 배치한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쳐다보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워한다. 삭막한 고층건물 앞의 조형물은 그 건물의 표정이고, 그 앞을 지나가거나 건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마음을 바꾸어준다.

환경조형물은 단지 소조나 조각의 확대가 아니다. 건물과 거리, 그 곳의 역사나 사람들의 분위기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그 조형물이 그곳에 서있는 의미가 부여된다.

얼마 전 서울시가 도심 전체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말 그대로 서울 어디에서나 쉽게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거리벽화나 조형물들이 늘어나고, 이렇게 해서 도심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조형물을 비롯, 기념비나 동상까지 합하면 3천 점이 넘는 미술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의무적으로 설치된 것들이 많아서인지 눈에 띄거나 예술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은 많지 않다. 미술품의 양적인 증가와 더불어 질적인 변화도 꿈꿔본다.

서울도심이 갤러리처럼 되고, 이로 인해 누구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문화환경이 조성된다면, 뉴요커나 파리지엥처럼 서울에 사는 자부심이 한결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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