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우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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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1.24. 00:00
시민기자 이정엽 | |
십여 년 전, 전주의 한지 만드는 곳을 가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작정하고 간 것이 아니라 우연히 들르게 됐기 때문에 그저 ‘아, 한지는 저런 식으로 만들어지는구나. 과정이 꽤 복잡하다’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쳐 버렸다. 왜 그 나이 때에는 한지의 아름다움이 잘 안 보였을까. 지금 다시 그런 곳을 간다면, 한 과정 한 과정을 눈여겨 볼텐데 말이다. ‘한지’하면 전주가 유명하다. 전주에서 한지가 발달한 것은 우수한 품질의 닥나무를 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고, 맑은 물이 있었기에 윤이 나고 보존성ㆍ흡수성이 뛰어난 한지를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전주 지역 최대의 공산품이이도 했다. 닥나무 껍질이 재료인 한지는 만드는 데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한지가 만들어지는 단계는 간추려서 말하자면 이렇다. 먼저, 닥나무를 큰 솥에 쪄서 껍질을 벗긴다 - 겉껍질을 벗겨내고 하얀 속껍질만 남긴다 - 잿물을 넣고 하얀 속껍질을 4-5시간 동안 충분히 삶는다 - 삶은 속껍질을 맑은 물에 여러 번 씻어낸다 - 부드러워진 속껍질을 찧어 잘게 부순다 - 잘게 부순 속껍질을 물에 푼다 - 곱게 풀어진 재료를 대나무 발로 건져 올린다 - 넓고 고른 판에 붙여 말린다. 요즘은 한지 만들기나 천연염색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들을 몇 시간 동안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지는 색상이나 종이질의 독특함에도 충분한 매력이 있지만, 성능면에서도 일반 종이보다 30배 이상이나 질기고, 보존성이 매우 우수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제 한지는 단지 글을 쓰는 종이가 아니라 각종 운치 있는 인테리어 제품의 원료가 되고 있다. 등, 달력, 카드, 노끈, 책표지, 부채, 가구 뿐 아니라 한지로 만든 한복까지 등장했다. 질기지만 부드럽고, 다양한 색상과 질감 표현이 가능한 한지. 이제는 한지로 실을 만들어 옷감, 벽지, 커튼 등으로 활용도가 커지며 친환경 고급섬유로까지 각광을 받게 됐다. 색깔이나 재질 등 한지가 가진 독창성이야말로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아름다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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