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들이 그 시각 지구를 봤다면?
admin
발행일 2010.03.30. 00:00
지난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동네가 갑자기 어둡기 시작했다. 불빛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사위가 온통 캄캄해졌다. 이 상황은 정전때문이 아니라 주민들이 하나가 돼 불을 끄는 행사를 연출한 것이다. 이름 하여 지구촌 불끄기. 영어로는 'Earth Hour'라 불리는 이 행사는 일견 생소하지만 지구촌이 저녁 8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소등하자는 캠페인이다. 2007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됐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뉴질랜드를 시발로 전세계 도시로 퍼진다. 지구가 자전하는 까닭에 불끄기 시각을 고려하면 행사는 마치 파도타기 식으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서울은 올해로 세 번째 이 행사에 참여했다. 그린(GREEN) 환경구라 자부하는 도봉구의 지구촌 불끄기를 점검 차 돌아봤다. 우선 도봉구청으로 갔다. 주말 휴무라 그런지 사무실은 이미 소등이 거의 된 상태지만 막상 불끄기 시간에 접어들자 구청 건물은 어둠 속에 숨어버렸다. 경관조명까지 사라지자 그야말로 칠흑같은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어둠도 어찌 보면 새삼스런 볼거리라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아닌 게 아니라 길가의 행인들도 평소 밝았던 건물이 어두워지자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구청을 바라봤다. 구청 바로 인근의 현대대상타운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불끄는 시간에 맞춰 꺼지는 아파트를 보고는 어딘가에서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번엔 창5동에 위치한 북한산아이파크를 살폈다. 대단지 아파트로 이번 행사에 처음 참여했다고 한다. 마이크를 통해 소등을 유도하는 아파트 안내방송이 들릴 때마다 불빛은 하나 둘 사라져 갔다. 그러면서 일제히 동시에 끄고 동시에 켜면 불꽃놀이처럼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등화관제가 바로 그것이다. 비행기 야간 공습에 대비한 훈련으로 어두워지면 나타나는 적기를 속이기 위해 모든 불을 꺼야 했다. 이런 훈련은 적기 공습과는 다르지만 73년 오일쇼크 당시까지 이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소등과 관련한 추억 한 토막. 올해 소등행사를 맞아 이를 활용해 촛불로 영업을 하는 아이디어 식당들이 있다고 해 떠오른 것이다. 1973년 대학 1학년 시절, 종로거리 특히 교보빌딩 뒤편 골목은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다. 그곳에 자리한 ‘시인통신’이라는 작은 선술집은 선후배들이 시국담을 나누는 명소였다. 문제는 당시 야간통행금지(일명 야금)에도 그곳은 문닫고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곳은 야금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었다. 가게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불빛도 새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야금이 되면 주인장의 지시대로 촛불을 켜고 새벽을 기다리곤 했었다. 그런데 지구촌 불끄기 행사를 주관하는 세계 최대 환경보호단체인 WWF(World Wild Fund for Nature)가 눈길을 끈다. 우리에게 세계야생동물기금으로 더 잘 알려진 WWF는 팬더곰, 호랑이 등 멸종위기의 동식물보호 및 서식지 보존, 해양생태보호 등의 다양한 보존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WWF의 'Earth Hour'는 동물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시도인 셈이다. 갑작스런 초계함 천안함 사고로 온 나라가 숨죽이는 가운데 불끄기 행사는 예상보다 다소 축소되고 주목받지 못했지만, 서울 곳곳 현장에서는 심각한 지구온난화에 대비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불끄기 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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