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지하철역의 등장
admin
발행일 2010.02.19. 00:00
지난 18일, 6년여의 공사 끝에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인 수서~오금 구간이 개통되었다. 원래 3호선 연장은 지하철 9~12호선과 함께 서울의 제3기 지하철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IMF 사태로 인하여 3기 지하철 계획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으며, 이 와중에 원래 계획대로 지어진 것이 작년에 개통된 9호선과 이번에 개통된 3호선 연장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제대로 개통된 것을 보면 본 노선이 꼭 필요한 노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지하철 노선망의 효율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환승역이 많아야 한다. 하나의 지하철 노선이 모든 곳을 담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하철 노선들은 환승역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그 영향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 결국 지하철 노선들끼리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지하철 전체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통된 3호선 연장 구간은 한 역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환승역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분당선, 8호선, 5호선이 나란히 남북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새로 생기는 3호선 연장이 이 세 개 노선을 동서로 연결해준다. 결국 3호선 연장은 3km에 불과한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하철 노선망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3호선 연장은 21세기 서울 지하철답게 승객을 배려한 다양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스크린도어 설치는 기본이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늘어났으며, 가락시장역에는 개찰구 바깥과 개찰구 안쪽에 동시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 승객들이 불편 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화장실에는 유아용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다니는 부모들을 배려하였다. 또한 가락시장역 환승통로에는 지하공간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는 컨셉을 지닌 간이 정원이 설치되기도 하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진보가 이루어졌는데, 곡선승강장인 경찰병원역에는 전동차가 들어오면 발판이 올라와 승강장과 전동차 간 빈틈을 없애는 안전발판이 설치되었으며, 역시 경찰병원역 3번 출구에는 평소에는 접혀 있다가 비나 눈이 오면 열려서 출구에 뚜껑을 씌워주는 ‘자동 접이형 캐노피’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평소에 접혀져 있는 것이 좋은 이유는 주변 상가의 간판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3호선 연장 구간은 환승역의 환승거리가 짧아 편리했는데, 이는 지하철 설계 당시부터 환승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1기 지하철은 2기 지하철을 염두에 두지 않고 건설된 관계로 1기와 2기 지하철 간의 환승역은 환승통로가 매우 길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잠실, 삼각지, 신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2기 지하철은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미리 고려하여 설계되었는데, 이번에 개통된 가락시장역이나 오금역이 그런 역이다. 그래서 현재 이들 역에서는 계단 2개 정도면 환승이 가능하며, 환승역 건설로 인하여 출입구가 늘어나 지하철 이용이 편리해지는 등 주변 역세권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3호선 연장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내부 디자인이다. 3호선 연장 구간은 ‘지하철 정거장 환경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 지하철 정거장을 단순한 교통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보고, 정거장의 기능과 목적을 최대한 충족시키며 다양한 계층을 배려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이 가이드라인은 이미 9호선에 적용되어 호평을 받은 바가 있다. 이번에 개통된 3호선 연장 구간도 9호선과 마찬가지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시설물을 최소화하여 개방감을 느끼게 해주고, 여성과 노약자를 배려하며, 문화공간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디자인 전략을 통해 보다 나은 지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에 개통된 역들은 기존 역에 비해 밝고 넓어서 지하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개통 첫 날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승객이 많지 않았는데, 3호선 연장 구간의 편리함이 알려지면 점점 더 승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향후 본 구간과 인접한 위례신도시가 완성되면 강남 접근 교통망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에서도 지하철 노선만 개통시키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계버스노선을 확충하는 등 승객 증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21세기형 지하철인 3호선 연장 구간이 교통편의 개선, 역세권 중심 지역 발전, 복합문화공간의 새로운 모델 제시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해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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