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병원학교를 다녀와서

admin

발행일 2009.12.29. 00:00

수정일 2009.12.29. 00:00

조회 3,758



시민기자 이상은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났을 때,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많은 삶의 돌들을 만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일들을, 어떤 이들은 디딤돌로 여겨 삶을 발판으로 삼곤 한다. 오늘은 어린 시절을 힘들게 질병과 싸우는 아이들에게 디딤돌이 되어주는, 또 아이들 각자가 그 디딤돌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세브란스병원 어린이 병원학교를 소개하고자 한다.

‘병원 학교’는 단어 그대로 ‘병원’에 설립된 ‘학교’를 의미한다. 최근 과학의 발전에 따라 첨단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질병으로 인한 아동의 사망률은 현저히 감소한 반면,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를 필요로 하는 만성 질환 아동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만성 질환 아동은 힘든 치료 과정과 치료과정의 장기화에 의해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 병원 환경을 고려해볼 때, 입원 아동에게 발달 단계에 적합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지 있지 못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유일영 교장은 이런 이유로 병원 학교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학령기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 생활의 경험과 또래 아이들과의 놀이입니다. 특히 학교는 학습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또래와의 교우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지요.”

하지만 병원 학교를 세우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예산확보가 어려웠던 시절, 연세대학교 소아과학교실과 아동간호학교실의 동기안을 토대로 당시 의국 학생 검사실로 쓰이던 방을 교실로 사용한 것이 어린이 병원학교의 시작이었다. 2000년 12월 11일 정식으로 개교했을 당시 만든 학급은 ‘꿈나무반’ 하나. 하지만 입원한 어린이 모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기에 관계자들은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2006년 3월에는 새로 개원한 어린이 병원 내에 (주)한국맥도날드의 후원으로 면역기능 저하 어린이를 위한 ‘샘물반’도 새로이 가세했고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병원 학교의 규모에 비해 수업 내용은 다양하다. 이야기 나라, 음악치료, 수학교실, 만들기, 미술치료, 일본어, 이벤트교실, 영화감상, 말놀이, 글놀이(NIE), 테마놀이영어, 예술치료, 창의력교실, 만들기, 구연동화, 영어 등 처음 6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범운영하던 병원 학교는 현재 46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30여 명의 교사와 자원봉사자가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유일영 교장은 “병원 학교가 시범 운영되었던 초창기에는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3, 4학년 학생들이 각 과목별 자원봉사자로서 프로그램을 보조하였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본교 학생들 과 이화여대, 서강대 등 인근 지역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06년부터는 서울시 서부교육청과의 협약으로 출석인정 수업도 진행해 장기입원으로 인한 수업결손을 해소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학교 복귀 및 적응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재 운영 중에 있다고 한다.

병원 내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꿈나무반의 경우 월 평균 출석수는 200~300명 내외에 이르고, 샘물반의 경우에는 100~200명 내외에 이른다. 척색종, 림프종, 세포종, 백혈병, 뇌종양, 척수 수막류를 포함하여 10개 내외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열심히 등교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두렵고 우울하기만 한 병원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병원학교는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뿐만 아니라 교육 욕구도 충족시켜 준다. 실제로 유교장의 말을 빌자면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병원학교에 있는 동안 수술 후 통증이나 화학치료로 인한 오심, 구토, 식욕부진 등의 질병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졌다고 한다.

앞으로의 발전과 목표에 대한 질문에 유일영 교장의 말이 이어졌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일대일 과외학습 프로그램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퇴원 후 성공적인 학교복귀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적용, 그리고 전국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사회 내 일반인들의 자원봉사자 활용 및 후원체계를 통해 참여와 봉사의 기회를 더욱 늘려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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