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수세미들이 준 교훈

admin

발행일 2009.10.14. 00:00

수정일 2009.10.14. 00:00

조회 2,477



시민기자 정지혜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올 한 해를 다 함께 자원봉사를 행동하는 기간으로 잡고, '액션 플래너'라 하여 일반 시민들이 행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변의 자원을 모아 봉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공생파티'다.

'자연, 환경, 동물의 공생파티'는 기자를 포함한 2명의 노원구 거주자가 액션 플래너가 되어 제안한 프로젝트다. 청소년의 봉사는 봉사'학습'인 만큼, 봉사활동의 지속성도 중요하지만 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배우고 느껴가는 과정 속에서 인성 향상 나아가서는 진로 찾기에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게다가 요즘 신종 플루의 여파로 많은 대규모 봉사 행사들이 취소된 상황 속에서 기왕 봉사시간을 채워야 한다면 좀더 재미있어 기억에 남는 소규모 봉사 프로그램을 짜보고 싶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공생(共生)'하기 위한 봉사의 일환으로 '환경 수세미'를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생활 하수의 대부분은 주방 세제에 의한 부영양화인데, '환경 수세미'를 사용하여 세제량을 줄이는 것은 부영양화를 막을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된다. 세제를 묻히지 않고도 기름때까지 완벽하게 잘 닦을 수 있어 일명 '친환경 수세미', '환경 수세미'로 불리는 아크릴실로 뜬 수세미를 만들어보는 것, 이거다 싶었다.

일단 컨셉트가 잡히자, 학생과 어른 해서 500명 정도로 생각하고 모집광고를 하고, 수세미를 뜨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사전에 봉사 오실 학부형들을 대상으로 수세미 만들기를 교육했다. 다양한 수세미 디자인이 있었지만 어머님들조차 어려워 하셨다. 그래서 간단한 디자인을 고른 후 오실 분들의 자녀들에게도 집에서 만들기 연습을 따로 시켰다.

그리고 행사 당일,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다. 예상 외로 700명 이상의 학생과 학부형이 함께 했고 알리지 않았는데도 구청과 구의회 관계자들, 봉사를 실천하는 기업의 봉사단 분들까지 동참해서 봉사하는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오늘의 주인공들인 아이들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높은 열의를 보였다. 실타래를 풀어 감는 친구들도 있었고, 전산입력을 도와주는 친구들, 출석을 확인해 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스탭을 따로 모집해 운영해보는 경험의 기회도 제공하고 싶었던 만큼 어린 친구들이 기특하게 잘해주니 보람이 있었다.

프로그램 진행 순서의 첫 번째로는 요즘 애견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바른 배변의 처리에 대한 짧은 강의가 있었으며, 이어서 대원외고팀의 음악공연을 듣고, 그 다음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본격적인 수세미 만들기에 들어갔다.

코바늘도 잡아보지 않은 친구들과의 수세미 만들기는 당연히 쉽지 않았다. "코잡기가 힘들면 작은 고리를 만들어 보세요" 하고 설명했다. "다음은 트위스트 춤을 추듯이 코바늘을 비틀어서 실을 코에 걸어 주는 겁니다. 그 코를 만들어진 고리 사이로 뽑아내면 새로운 고리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코가 떠지게 됩니다."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미리 배운 친구들이나 학부모 봉사자를 중심으로 일제히 수세미를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쓸 만한 수세미들을 완성하기까지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 줄 뜨는 데도 수십번씩 실을 풀어야 했다. 나중에 약속시간이 되어 수거해 보니 반 정도는 완성품이 나왔지만, 미완성도 반이나 되었다.

"죄송해요. 제가 실력이 안돼서 미완성입니다. 그래도 엄마에게 세제를 적게 사용하라고 말씀 드릴께요."
"길에서 파는 수세미가 이런 의미를 가진 줄 몰랐어요."
"저, 이거 잘못 떴는데, 그냥 저희 엄마 드려도 될까요?"

그러나 미완성이건 실패작이건 그건 중요치 않았다. 학생들 스스로 무언가 해보았다는 부분과, 앞으로 생활하면서 '환경 수세미' 하면 이곳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며 환경에 대한 생각도 해보는 작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몇몇 학생들의 소감이기는 하지만 기자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됐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행복하다.

오직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건전한 봉사 활동을 함께 하고픈 생각만으로 뛰어 치러낸 봉사 프로젝트 '공생파티'. 전문가에 의해 진행된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기획 의도에 못 미친 부분도 있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잘 마무리 됐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내려 본다. 말로만이 아닌 실천하는 환경 보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뒤로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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