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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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11.29. 00:00
시민기자 이창복 | |
계절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여러 군데에서 느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거리를 메우고 있는 먹거리에서도 겨울을 느낄 수가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따끈따끈해 보이는 음식에 마음이 가니 말이다. 떡볶이야 사계절 언제나 인기가 있는 음식이고, 편의점 찜통의 찐빵,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게 거리의 붕어빵, 국화빵, 호떡, 군고구마 등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붕어빵 장사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큰길은 물론이고, 우리 동네에는 자기 집 앞에서 저녁이면 붕어빵을 파는 모녀도 있다. 다 똑같이 생겨 맛도 똑같을 것 같은 붕어빵도 먹어보면 어찌나 천차만별인지... 맛 뿐 아니라 붕어빵 장사의 손놀림도 제각각이다. 사실 손놀림의 차이는 붕어빵보다는 작고 부드러운 국화빵에서 크다. ‘저걸 언제 뒤집어서 완성되나’ 싶을 정도로 굼뜬 사람부터,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구워내는 사람까지. 맛에서도 밀가루와 팥만 있으면 비슷하게 만들 것 같아도 누구는 찹쌀을 넣어 쫀득쫀득하게 만들고, 팥을 얼마나 넣는지, 팥을 얼마나 달게 하는지 등등 노하우도 제각각이다. 갓 구워낸 붕어빵은 팥이 뜨거워 입으로 후후 불면서 먹는다. 따뜻하고 달콤하고 말랑말랑하고 때로는 바삭바삭한 이 맛. 머리부터 꼬리부터 지느러미부터, 반을 뚝 잘라 먹거나 팥이 있는 부분만 먼저 먹거나... 사람들마다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붕어빵 틀을 파는 것을 보았다. 여러 개를 구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집에서 간식거리로 만들 수 있게끔 만들어진 틀이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래도 추위 속에서 호호 불면서 먹는 붕어빵이 더 제 맛이 아닐까 싶다. 문득 며칠 전 밤늦게 붕어빵 장사 앞을 지나가다 팔다 남은 붕어빵을 그냥 가져가라고 했던 붕어빵 장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추위 속에서 붕어빵을 먹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 모두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손쉽게 옛 추억을 되새기며 천원으로 잠시 행복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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