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테헤란로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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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9.23. 00:00
시민기자 윤동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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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날'이라기보다는 '승용차 없는 날'이라고 해야 될까?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인 라로쉐에서 교통량 감축과 환경개선을 위해 '도심에서는 승용차를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구호와 함께 시민운동으로 처음 시작된 차 없는 날. 그리 역사가 오래 되지 않은 '차 없는 날'이 이제는 전 세계 40여 개국 2,100여 개 도시로 확산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9월 22일면 일제히 열리는 전지구적 행사로 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차 없는 날'은 2006년 최초로 시작되었다. 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차 없는 거리'는 작년까지 종로, 청계천 일대에서만 시행되었지만 올해는 기자가 몸담고 있는 직장 근처인 이곳 테헤란로에서도 최초로 실시된다고 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참가하게 됐다. 첫 느낌은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가 곳곳에 배어 있다는 것이었다. 차선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자전거 도로 표시도 만들고, 테헤란로 삼성역에서 역삼역까지 골목마다 통행불가 안내문 및 보조인력도 배치하는 등 수고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리고 마침 H 백화점 휴일을 이용한 서울시민 축제 행사도 개최해 '차 없는 거리'를 누리기 위해 나선 많은 시민들을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테헤란로 삼성역 주변은 백화점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출입 승용차로 매일 정체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자전거와 버스만이 달리는 도로로 변신한 테헤란로는 마치 시원한 가을 하늘과 같은 느낌으로 펼쳐졌다. 워낙 길이 넓다 보니 버스통과길, 자전거통과길을 시설물들로 나누고도 공간이 남아, 시민들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유있게 도로를 산책할 수 있었다. 상상이 안 될 것이다. 테헤란로를 유유자적 산책하다니, 그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또한 곳곳의 임시막사에는 희망메시지 적기, 하나 되는 거리, 자전거 대여 등등 '차 없는 날'의 취지와 관련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면 그러한 지상과는 달리 지하의 지하철이나 '차 없는 거리'가 실시되지 않는 이면 거리는 혼돈의 세상이었다. 승용차를 타고 약속장소에 가려던 시민들은 예상시간보다 약 30분 이상 더 소요됐다고 했다. 10m만 가면 사무실이고 목적지니까 통과시켜 달라고 애원 아닌 애원을 하는 목소리도 여러 곳에서 목격되었다. 심지어 일부 차주들은 큰소리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은 '차 없는 날'을 매일 실시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체적으로 1년에 한번쯤은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치러야할 필요한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전히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발견됐다. 경기도에서 출발 시에는 환승이 안되는 바람에 비용이 더 발생하는 경우도 생겼고, 교통이 혼잡한 경우 주요한 약속시간에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넓은 테헤란로 구간의 시설물들을 오늘 하루만으로 철거해야 한다는 사실도 조금 안타까웠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고 하였다. 지금은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만 시작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시행 지역을 널리 확대해도 우리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준비된 각본 없이 2002 월드컵 거리 축제를 세계 유사 이래 처음으로 완벽하고도 깨끗하게 만들어낸 민족이니까 말이다.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그러나 '차 없는 날' 행사의 중요한 취지가 단 하루만이라도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줄이고, 건강도 겸한 자출(자전거출근)도 유도하자는 것이 아니던가. 후세를 위한 멋진 투자라고 생각하고 내년 행사에는 좀더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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