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밟으며

admin

발행일 2006.11.10. 00:00

수정일 2006.11.10. 00:00

조회 1,663



시민기자 이혁진

엊그제는 동네 야산에 올랐다. 점점 짧아져만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단풍의 흔적과 무수히 진 낙엽들이 밟혔다. 산비탈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낙엽은 마치 부드러운 양탄자 같아 보인다.

하지만 올해 가을은 유독 더 쓸쓸한 게 나만의 상념이 아닌 가 보다. 가뭄 때문에 뒹구는 낙엽들이 제 색깔을 감추고 조그만 바람에도 저 멀리 급히 사라진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는 단풍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준비한다지만 어딘가 서운하다.

‘낙엽 지던 그 숲 속에 파란 바닷가에 떨리던 손 잡아주던 너..’
대중가요 ‘너’의 한 대목이다. 이렇게 낭만을 노래하는데 가을 낙엽이 빠질 수가 없다. 책갈피 속 단풍잎과 은행나무 잎은 아직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나는 낙엽을 밟으며 어릴 적 낙엽을 잠시 떠올렸다.

예전엔 낙엽을 주우러 집안 어른과 뒷동산에 오른 적이 많았다. 땔감으로 쓰려고 말이다. 춥고 가난한 시절에 낙엽은 나무 못지않은 훌륭한 땔감이었다. 산에 쌓인 낙엽도 줍는 사람이 많아 더 멀리 가서 산을 뒤지곤 했다. 이고 오는 지게의 낙엽더미를 보고 동네사람들이 던지는 덕담과 부러운 시선이 아직도 생각난다.

정말 우스개 소리 같지만 땔감이 귀하던 시절 낙엽은 세간 살림 이었다. 최근에는 퇴비로도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산을 내려오며 길가에 낙엽을 따로 모으는 퇴비용 마대자루가 눈길을 끈다.

낙엽거리가 조성되고 한껏 가을추억을 즐기는 세상이다. 낙엽을 바라보는 세태가 새삼 격세지감이 든다. 입동(立冬)을 기다렸다는 듯 첫 눈 맞은 빨간 단풍은 흡사 겨울맞이 기념사진 같다. 저만치 가을이 가고 있다. 이제 올해는 낙엽의 흔적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잠시 일손을 놓고 낙엽과 함께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