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 흐르는 우리 동네

admin

발행일 2009.08.31. 00:00

수정일 2009.08.31. 00:00

조회 2,572



시민기자 정수정




몇 년 전 웰빙 열풍이 분 이후로 걷기는 시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에도 청계천, 양재천, 성곽 코스 등 걷기 좋은 길이 많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걸어다니는 길 옆에도 개천이 흐르면 어떨까? 남부순환로 오금사거리~올림픽공원~성내천까지 보도 옆으로 실개천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미 오금사거리에서 방이역 방향 인도 옆 짧은 구간에는 실개천이 만들어져 있다. 수풀까지 우거져 있어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과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다. 반대편 인도 쪽은 아직 한창 공사중이다. 이 부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실개천에 대해 물어봤다.

1. 아이와 함께

유모차에 태운 아이와 방이역 근처 길을 지나던 한 여성. 방이역 근처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그녀는 실개천 길을 자주 지나다닌다고 한다. “골목길로 가면 더 빠르지만 이리로 다녀요. 공원에 온 것 같거든요. 일부러 공원에 가지 않아도 지나다니는 길에 아기한테 꽃도 보여주고요.”

그녀에게 실개천이 올림픽공원을 지나 성내천까지 연장된다고 말해주었다. “아, 정말이요?” 그녀는 아이처럼 약간 들뜬 목소리로 되물었다. 동네 가까이 실개천이 반갑긴 하지만 물과 수풀 틈에 있을지 모르는 모기에 아기가 물리지 않을까 걱정도 하는 아기엄마의 심정도 감추지 않았다.

2. 연인과 함께

방이역에서 오금사거리 방향은 한창 공사중이라 통행이 불편하다. “실개천이라고요? 물 흐르는 거 말씀하시는 거죠? 아, 그랬구나. 저는 그저 보도블럭 공사나 조경 공사 하는 줄 알았어요.” 여자친구와 함께 좁은 통행로를 딱 붙어 걷던 김도형 씨. 실개천 공사를 한다는 안내판을 무심히 지나쳐 걷던 중, 기자의 설명을 듣더니 위와 같이 답한다. 방이역 부근은 처음 와본 곳이라고 말한 그는 실개천이 흐를 때쯤이면 여자친구와 다시 한번 오겠다고 했다. 하염없이 걷기만 해도 좋은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실개천 길은 한몫 할 것 같다.

3. 혼자서

지나는 길에 운동복 차림의 최명숙 씨를 만났다. 그는 공원에서 운동하는 게 지루해 가끔 큰 길을 쭉 걷는다고 했다. 큰 길가를 걸으면 찻길밖에 안 보였었는데, 실개천이 생기면 물길도 보이겠다며 좋아했다. 1.5km 구간으로 길게 생긴다는 기자의 말에 “그러면 이 길 따라 운동하는 사람도 생기겠네”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나 말고도 운동화 신은 사람 많아지겠네요”라며 웃었다.

아이와 함께든, 연인과 함께든, 혹은 운동 무아지경에 빠져 혼자서든,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걸어갈 수 있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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