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로 환경 지키기

admin

발행일 2009.08.30. 00:00

수정일 2009.08.30. 00:00

조회 2,371



시민기자 이혁진




며칠 전 방학동의 생태공원인 ‘발바닥공원’에 있는 도봉환경교실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마침 유익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간사의 얘기를 듣고 ‘바느질로 지키는 환경’이란 강의실을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기자는 그만 금남(禁男)의 구역에 들어서고 말았다. 20명이 채 안되는 주부들이 남자들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물건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물건의 정체는 바로 생리대. 난감했다. 그렇다고 발을 뺄 수도 없는 노릇. 잠시 참가자들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도리어 쑥스럽다고 여기는 기자를 반가워하는 분위기였다.

이 시간은 면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보는, 소위 '내 몸과 환경 지키기' 프로그램이다. 면면을 보니 30대 후반부터 40대 주부들이 대부분. 그런데 박음질에 너무 몰입해 있어 말을 걸기 난처했다. 순간 스치는 무엇이 있었다. 저 주부들이 누구인가. 바로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아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들에게 다가서기가 한결 쉬웠다. 시침 따라 열심히 바느질하는 한 주부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바느질은 자주 하시나봐요?” 기자의 질문에 “예, 여기서 막상 해보니 재밌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라는 화답이 왔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대화는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면생리대 사용은 일회용 생리대의 여러 문제점, 특히 다이옥신 등 환경유해 물질로부터 건강을 보호하자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나아가 면생리대는 환경보호와 자원절약까지 그 효용성이 널리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세탁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 중요성이 반감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방학1동에 거주하는 문미옥(45) 씨는 중2인 딸과 함께 현재 면생리대를 사용하는데 딸의 아토피 피부염이 다 나았다고 한다. 이참에 하나 이쁘게 만들어 딸에게 선물하려고 왔단다. 김순한(45) 씨는 대학생 딸(20)과 함께 참가했는데 딸이 주말에만 사용하다 요즘엔 뜸해진 것 같아 직접 체험시키려고 데리고 왔다.

딸이 대신 신청해 참가한 남혜연(63) 씨는 연륜 때문인지 바느질 솜씨가 남달랐다. 어르신은 면생리대가 노인들에게 흔한 요실금용으로도 ‘딱’이라고 했다. 진효자(41) 씨는 지금 면생리대를 구입해 쓰는데 이번에는 직접 '작품'을 만들려고 왔다. 한 참가자는 바느질 면생리대가 재봉틀로 만든 것보다 실용적이라며 그간 사용했던 경험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일러주기도 했다.

한 시간 30분 만에 참가자들 거의 모두 면생리대를 완성했다. 얼핏 보기엔 접은 손수건 같고 어느 것은 똑딱이 단추까지 채우니 지갑 같기도 하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되도록 알록달록한 것으로 찍으라며 기꺼이 협조하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생리대가 은밀한 물건이라는 고정관념도 사라진 듯했다. 하긴 기자는 친절한 사용법까지 전수받는 특별한 행운도 얻었다.

진행을 맡은 자원봉사자 배해진(49) 씨는 “면생리대를 만들어 쓰자는 운동은 벌써 오래됐다”며 “편리성만 추구하는 세태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지만, 건강과 환경을 의식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미 면생리대 사용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특별활동을 통해 면생리대에 대한 남자아이들의 특별한 관심을 지켜보면서 그 유행이 앞으로는 더 확산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요즘, 직접 만들어 쓰는 면생리대는 새롭게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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