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의 행방을 추적하라

admin

발행일 2009.07.15. 00:00

수정일 2009.07.15. 00:00

조회 4,078

호퍼-컨베이어-선별-탈수-건조-파쇄-사료, 일사불란한 공정

우리가 버리는 음식쓰레기는 과연 어떻게 처리될까. 요즘같이 무더울 때 가정에서 음식쓰레기를 챙겨 버리는 일은 고역 그 자체다. 그런데 음식쓰레기는 매일같이 나오고 부패하기 쉽지만, 우려와는 달리 날마다, 조용히, 깨끗하게 치워진다.

얼마 전 도봉구 도봉동에 자리한 음식물처리장에 들렀다. 도봉 음식물처리장은 도심에 몇 개 안 되는 음식쓰레기 전용처리장 중 하나다. 정확한 시설 이름은 '음식물중간처리장'. 음식물폐수('탈리액’이라 부른다)를 해양으로 배출하는 등의 공정상, 음식물을 이곳에서 모두 처리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처리장은 우리들의 일반 시계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밤과 이른 새벽에 수거해 아침에 처리하고 오후에 사료가 생산된다. 도봉 음식물처리장에 반입되는 음식물쓰레기는 하루 평균 1백 톤. 음식물쓰레기의 75퍼센트 정도는 수분이다. 따라서 다른 재활용 쓰레기에 비해 자원화 회수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나머지 20퍼센트 미만의 음식물만이 자원으로 재생되고 있다. 여기서는 그 20퍼센트를 사료화해 전부 무상으로 축산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개와 돼지 등의 먹이 사료로 다시 제공되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과정은 마치 시멘트 공장의 생산 공정과 비슷하다. 지상에 설치된 ‘호퍼’라 불리는 투입구에 음식물이 부어지면 지하 컨베이어로 옮겨진다.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인부들의 선별작업이 벌어진다. 음식물에 섞여 있는 각종 이물질을 선별하다 보면 칼 같은 연장도 많이 나와 끔찍하다. 선별 작업은 매우 고된 노동이라서 20분 작업에 20분 휴식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선별작업에 이은 탈수와 건조 및 파쇄공정을 거치면 비교적 고운 분말형태의 시커먼 사료원료가 만들어진다. 쓰레기가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여기에 영양분을 함유한 옥수수 등의 부자재를 다시 혼합해 처리하면 먹음직한 사료가 드디어 탄생한다.

공정은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장치들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지하실 1, 2층 내부는 수천 명을 수용할 정도다. 그러나 작업환경은 안 좋은 편이다. 악취와 분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처음 이곳에 들른 사람들은 악취에 그만 줄행랑을 치고 만다. 천장에 매달린 회전식 분무기들이 열심히 탈취액을 뿜어대지만 옷에 배는 고약한 악취는 어쩔 수 없다.

그렇다. 혐오시설이기 때문에 처리장을 마련하거나 운영하는 게 어렵다. 지자체들이 선뜻 이 작업을 맡으려 하지 않는 이유다. 대부분 지자체들은 처리와 시설 운영 자체까지 민간업체에 용역으로 맡기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난관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 처리비용이다. 소위 외주에 따르는 비용 외에도 낭비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여러 사정을 감안해 도봉구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과감하게 직영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결과는 의외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음식쓰레기의 자원화 결실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연료화(메탄화)의 노력도 최근 녹색성장의 추세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도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보일러 에너지를 얻어 일부 활용하고 있다. 도봉 음식물처리장이 들어선 지 벌써 8년, 다른 지자체와 기관에서 이곳의 시설과 운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음식물 처리장의 담당자 이용수 씨는 가정에서 음식물을 버릴 때 물기를 최대한 빼서 배출하기를 특별히 요청했다. 바로 음식물 폐수인 '탈리액' 때문이다. 또한 잔반을 줄이는 등 알뜰한 식생활도 당부했다. 처리장의 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레기 절약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쓰레기 감량만이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마지막 말이 더욱 인상 깊다. "녹색성장은 어찌 보면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환경운동입니다."

지하시설을 돌아보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시원스런 운동장이 펼쳐져 있다. 처리장과는 색다른 분위기다. 둘은 모습과 기능은 달라도 녹색환경 역할을 함께 분담하고 있었다. 표지판이 아니라면 이곳은 영락없이 축구장이다.

시민기자/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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