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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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10.18. 00:00
시민기자 이승철 | |
길을 가다가 흐르는 물가에서 마땅하게 건널 곳이 없어 난감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깊고 큰 강이거나 물이 얕은 시냇가이거나 물이 길을 가로막은 곳에서 사람이 물에 젖지 않고 건너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큰 강물이나 깊은 계곡이 아닌 얕은 물을 건너기 위해서 필요한 곳마다 모두 다리를 건설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너무 깊지 않은 물을, 물도 막힘없이 그대로 흐르게 하면서 사람이 편리하게 건널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징검다리다. 그래서 징검다리의 재료는 물의 깊이에 따라 적당한 크기의 돌이 사용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구나 옛날에는 징검다리의 효용가치가 자못 높았다. 징검다리보다 더욱 편리한 것이 다리지만 다리의 재료가 대부분 목재가 사용되던 시절에는 어쩌다 큰물이라도 나면 그 다리는 그냥 떠내려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징검다리는 그럴 염려가 거의 없었다. 재료가 대개 상당히 큰 돌이었기 때문에 어지간히 세찬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아서 수량이 줄어들면 다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징검다리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이 충북 진천의 농다리 같은 것인데 이 농다리는 징검다리보다 훨씬 많은 인력과 노력을 필요로 하고 관리도 해야 하는 다리다. 그래서 옛날 시골에서 얕은 물을 건너기 위해 가장 손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 징검다리였다, 그렇게 쉽게 만들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유 때문에 지금도 어디를 가나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징검다리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도 있고 요즘도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면 항상 사람들 가까이에 있었던 이 징검다리는 편리성 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이나 정서적으로도 우리들에게 아주 친근한 다리다. 그래서 시나 소설에서도 많이 인용되었는데 대표적인 소설이 황순원의 소나기일 것이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우리 청계천에도 곳곳에 징검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요즘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이 물을 건너기 위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도 아마 이 징검다리일 것이다. 옛 시절의 아련한 향수와 함께 고향의 시냇물을 연상시키는 징검다리. 젊은이들은 징검다리를 건너며 장난도 치고 즐겁기만 하지만 노인들은 대개 옛 고향을 생각하는 것이 징검다리다. 청계천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며 장난을 치는 젊은 커플에게 징검다리를 건너는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재밌잖아요? 이렇게 껑충껑충 뛰어 건너는 것이...” 역시 그랬다. 다리 밑 그늘에서 쉬고 있는 노인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우리 고향에도 저런 징검다리가 있었는데, 좀 어설프게 생겼지만 훨씬 넓은 것이었지...” 징검다리를 보는 느낌도 세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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