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적절한 의약품 폐기습관, 환경오염과 생태계 교란 초래
미군이 버린 포름알데히드가 한강으로 흘러들어가 괴물이 된다. 한때 장안에 화제가 됐던 영화의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가상이 아닌 현실의 서울에서 우리가 무심코 버린 각종 의약품이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싱크대나 변기에 쏟아버린 시럽약은 하수처리 시설을 거쳐 하천으로 방류된다. 쓰레기 봉투에 버린 알약은 소각이나 매립의 절차를 거쳐 토양 속에 스며든다. 이 과정에서 항생제나 호르몬 같은 물질들이 자연히 남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4대강 유역 40개 지점에서 하수처리를 마친 방류수를 조사한 결과 동물용, 인체용 항생제가 17종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서울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캐나다에서 실험을 했어요. 호수에 정기적으로 호르몬을 투여했더니 몇몇 어종의 개체수가 점점 줄다가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위궤양치료제의 경우는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부교감신경을 마비시키게 됩니다." 영화와 현실이 오버랩되는 끔찍한 미래가 우리의 하천, 저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작년 4월부터 가정에서 쓰지 않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수거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약사회 소속 5천 155개 약국은 '폐의약품 수거함'을 비치하고 있다. 시민들은 가정에서 수거한 의약품을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에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 수집된 의약품은 의약품도매협회가 운반하여 보건소에 1차 집결시키고, 이것을 한국환경자원공사가 회수해 서울시와 계약한 업체를 통해서 안전하게 고온 소각 처리한다. 얼마 전에는 녹색소비자연대와 동아제약(주)까지 가세해 탄탄한 민관 협조체계도 구축한 셈이다.

약국과 보건소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 이용
세대가 바뀌고 시민들의 의학 지식도 두터워졌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는 상비약과 조제약 등 이런저런 약을 쌓아놓아야 안심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에, 각 지역 보건소에서는 불용 의약품 안전 수거 캠페인과 아울러 장기간 보관한 상비의약품과 조제약품에 대해 유통기한 및 변질여부 등의 복약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 안 있어 폐기될 것이 뻔한 가정용 의약품의 수를 미리 감량하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상반기에 수거한 폐의약품은 총 1만 2천 370kg. 이는 2008년 한해를 통틀어 수거한 9천 400kg에 비할 때 월등히 증가한 숫자다. 환경과 생태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같이 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온 결과다. 그러나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서울시는 약국에 스티커와 수거용 밀폐 지퍼백을 배포한 데 이어, 30초짜리 홍보 동영상도 제작하여 미디어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전광판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 시민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시민이 시민에게 입소문으로 알리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당장 주변을 돌아보자. 화장대나 식탁 근처에 몇 달 전에 먹다 남은 감기약과 진통제 봉투들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지는 않은지, 혹시 부모님 댁에 몇 년 묵은 상비약들이 퀘퀘한 냄새를 풍기며 모여 있는 상자는 없는지, 뒤져보고 꼭꼭 챙겨 약국에 모아주자. 얼마나 간단하고 홀가분한가. 당신은 방금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적극적인 행동 하나를 실천한 것이다.
문의 : 여성가족정책관 보건정책담당관 ☎ 02) 3707-9279
하이서울뉴스/조미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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