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북', 열람하시겠어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영옥

발행일 2012.04.09. 00:00

수정일 2012.04.09. 00:00

조회 2,887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도서관에서 책 대신 휴먼북을 신청하면 '사람책'을 자청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조언도 해 주는 재미있고 이색적인 신개념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각계각층의 시민들로 이루어진 '사람책'은 열람을 원하는 독자가 있으면 언제든 얼굴을 직접 맞대고 만나 자신이 가진 재능과 지식, 지혜, 경험 등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전해 준다. 독자로서는 많은 궁금증을 그때그때 알아 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살아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재능 기부한 사람들 휴먼북 되어 경험과 지식, 재능 전수

지난달 21일 노원 정보도서관 지하 1층에 '노원 휴먼 라이브러리'가 개관했다.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기부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모습의 도서관 노원 휴먼 라이브러리는 개관 당일 휴먼북과 열람을 신청한 독자 100여명이 1:1 또는 1:2~3명씩 10팀이 조를 이루어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었다. 이 후 열람 신청 주민들이 속속 늘었고, 지난 4월 5일 세 번째 휴먼북 열람이 진행되었다.

노원 정보도서관 지하1층 잉글리시 카페 바로 옆에 둥지를 튼 노원 휴먼라이브러리 안에 들어서니 10개의 테이블이 놓여있고 50여명이 동시에 휴먼북을 열람할 수 있는 전용공간이 말끔히 단장되어 있었다. 독자가 열람 신청을 한 3명의 휴먼북이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김미화 씨는 얼마 전 구입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아보기 위해 수년간 전산 운영 업무를 해 온 정향수(공무원)씨에게 1:1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전수받고 있었다. "대~만족입니다!" 1시간 30분 동안 휴먼북 열람을 마친 그의 감동스런 한마디였다. 아무도 시간을 내어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전화기로만 사용했던 스마트폰. 무료 어플 사용법,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본 그의 만족도는 컸다. 이젠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능숙하게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독자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한 휴먼북 정향수씨는 "작은 지식을 고맙게 받아주니 오히려 제가 기쁘죠.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됐지만 사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플 사용법,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으로 SNS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제 작은 보람입니다" 라며 진행 소감을 밝혔다.

심마니가 펼쳐 놓는 산삼 이야기에 독자들 흥미진진

건너편 테이블에선 테이블 가득 산삼 사진을 펼쳐 놓고, 휴먼북 전병달(심마니)씨와 독자 3명의 열띤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심마니의 생활과 전통 문화,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 한국삼과 외국삼의 구별법, 산삼이 많이 나는 곳과 산삼의 효과, 가격, 복용 방법, 삼량 측정법 등 다양한 내용의 대화가 오고갔다. 그가 약초를 캐기 시작한 것은 28년 정도 됐고 산삼을 채삼하기 시작한 것은 20년이 좀 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산삼에 대한 지식과 산삼을 만나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독자들의 즉석 질문도 많았다.

"산삼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산삼에 대한 지식은 직접 들어보기 힘들잖아요. 가정에서 수삼과 홍삼을 많이 먹는데 삼의 효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유익했고, 심마니의 생활과 다양한 은어들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어요. 또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3번까지 휴먼북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하니, 다른 휴먼북도 열람해야겠어요. 기대 이상입니다." 열람을 마친 임정예 씨의 이야기다.

한쪽에서는 부부가 함께 휴먼북을 열람하기도 했다. 조춘미, 김권수 부부는 동행여행기획가 왕주현 씨로부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여행은 누구와 가고, 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하는 휴먼북 왕주현씨는 여행의 방법과 장소를 먼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왜" 가느냐를 먼저 생각해 여행 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람을 마친 조춘미 씨는 "여행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잡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나를 휴식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면 뒷동산도 여행지가 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요즘은 책과 인터넷 등 여행 정보가 넘쳐나지만 휴먼북을 이용하니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것들을 물어 볼 수 있어 좋았고, 여행에 대한 해결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행도 인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지면상의 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휴먼북 열람 시간이었습니다." 라는 열람 소감과 함께 그 역시도 교사로서의 경험과 수영, 탁구, 인라인스케이트 등 자신이 하고 있는 운동에 대한 경험들을 재능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휴먼북 활동 신청을 했다.

휴먼북 1,000명 모집 등 지역인재 도서관으로 발돋움할 계획

현재 노원 휴먼라이브러리에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110명이 휴먼북으로 활동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등록된 휴먼북의 직업은 시사평론가, 학교장, 무형문화재, 의사, 간호사, 여행가, 언론인, 심마니 등 다양하다.

노원 휴먼라이브러리 양시모 관장은 "올해 안에 1,000명 규모의 휴먼북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노원 휴먼라이브러리를 지역 인재 도서관으로 만들 것이며 휴먼북 간 교류, 휴먼북과 주민이 함께하는 행사 등 휴먼라이브러리가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쓸 방침입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멘토로서 휴먼북과의 만남을 희망한다면 도서관 카페에서 1:1만남을 주선할 것이며, 청소년들이 휴먼북의 직장을 방문해 진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책으로 지원한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그 책들을 만나기 원하는 독자들을 이어주는 휴먼 라이브러리 열람 행사는 지속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열람행사는 수시 열람과 대규모 열람 행사로 나눠 진행된다. 수시열람은 휴먼 라이브러리 열람카페(10쌍 정도 이용가능)에서 휴먼북과 열람을 신청한 독자가 개별적으로 조를 이루어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대규모 열람 행사는 공원, 당현천변 등 넓은 야외공간에서 약 100쌍 ~ 200쌍의 휴먼북과 독자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분기별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휴먼북 신청은 노원 정보도서관 홈페이지 (http://www.nowonlib.kr)에서 노원 휴먼 라이브러리를 클릭한 후 휴먼북 목록을 열람하고 관심 있는 휴먼북을 선정해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문의 : 02)95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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