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 뭉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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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9.06. 00:00

수정일 2006.09.06. 00:00

조회 1,497



시민기자 지혜영

다소 생소한 19세기 벨기에의 판화가 ‘롭스’와 ‘절규’라는 작품으로 알려진 20세기 초 노르웨이 표현주의 대표작가 ‘뭉크’는 과연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 함께 덕수궁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걸까? <롭스.뭉크 : 남자와 여자>전은 듣는 순간부터 궁금증이 들게 했다.

섬뜩한 느낌의 100여점의 판화 작품들로 가득한 전시실로 들어서니, 사회를 풍자하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삶으로 시대를 끌어들인 롭스와 자신의 병든 내면을 파고들어 공론화시킨 뭉크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다를 것 같은 이 두 작가의 작품들에서 ‘팜므파탈(남자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악녀)’이라는 유사한 관점을 발견하게 된다.

판화가, 풍자만화가였던 롭스의 작품들은 여성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였는데, 여자, 어리석음, 죽음 등의 이미지로 상징주의, 악마주의의 색채를 가득 지니고 있다. 여자는 남자를 지옥으로 빠뜨리는 악녀의 이미지로 가장 나쁜 적이며 곧 성에 대한 탐닉은 죽음에 이르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관 현수막에도 걸려진 그의 대표작 ‘창부정치가’를 보면 눈을 가린 창녀의 사악함과 악덕과 부패의 상징인 돼지를 그려 그 시대의 풍자와 해학을 담아내고 있다. 19세기 말 유럽은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세기말 악마주의가 만연해 있었고, 여자에 대한 시각도 이를 비켜갈 수 없었던 듯 하다. 롭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에리제노 감독의 6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무척 흥미로웠다.

이에 반해 뭉크는 우울하고 불행한 자신을 모습을 작품 속에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듯 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밀실공포증이나 광장공포증이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되며. 불행했던 기억과 병적인 상태가 오히려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이끌어내고 있는 듯 하다.

전시회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뭉크의 ‘마돈나’를 보면,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마돈나이면서 공포의 대상인 메두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병든 아이’라는 작품은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다룬 소재인 어릴 적 죽은 누이의 모습이라고 하니, 그의 여자에 대한 공포는 거의 병적으로까지 보였다.

뭉크의 판화 작품들에서 보이는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2층 <테마소장품 : 모던걸-여성>전으로 옮겼다. 한국의 근대시기 여성관련 작품과 신문, 잡지 등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1층에서 보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우리 작가들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우리 여성들의 모습이라 그런지 한결 정감이 갔다.

한쪽 벽에 써 있는 글이 눈에 띄었다.
“당신들은 활발하고 튼튼해졌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발에 자유가 온 까닭입니다. 완전히 사나이들의 노리개감은 아닙니다. 구두를 신고 길을 다녀오십시오. 당신들은 너무도 오래 골방 속에 갇혔었습니다.” - 정순애 ‘구두’ <여성> 1937. 2월호

여성을 보는 시각은 시대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여성이 세상을 망가뜨리는 악녀가 되기도 하고 세상을 너그럽게 해주는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과연 지금의 여성은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된 구두를 신고 잘 걷고 있는 것인지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며, 롭스와 뭉크와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전시기간 : 2006. 8. 11(금) ~ 10. 22(일)
전시장소 : 덕수궁 미술관 (매주 월요일은 휴관, 목.금요일은 연장전시)
관람료 : 일반 4천원, 초·중·고등학생 2천원
(단체 : 30인 이상, 일반 3천원, 초·중·고등학생 1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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