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실

admin

발행일 2006.08.16. 00:00

수정일 2006.08.16. 00:00

조회 1,685



시민기자 최근모

전시관 입구, 황실가족사진 (가운데 고종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순종, 영친왕. 오른쪽으로 순정효 황후, 덕혜옹주.)

버스를 타고 서울대 정문에 내려서 잠시 걸었다. 경영대 건물을 지나니 박물관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건물 이층에서 “마지막 황실, 잊혀진 대한제국”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첫 눈에 들어온 것은 고종과 순종, 덕혜옹주, 영친왕 등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전시관 안은 대부분 대한제국시절의 사진과 고종황제의 장례식에 모였던 인파들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고종이 승하한 후, 장례절차의 많은 부분이 일본에 의해 의식적으로 왜곡되고 일본식이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장례식에 일본 군인과 기마대가 시위를 하듯 함께 했고 무척이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준다는 느낌이 사진 속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명성황후가 일본에 의해 시해된 후,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다. 그러나 이미 기운 국운은 결국 고종황제의 동의 없이 을사늑약을 일본과 강제로 맺게 된다. 이에 고종은 헤이그에 비밀밀사를 보내 그 조약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했으나 결국 일본에 발각되어 황제의 자리에서 강제퇴위를 당하게 된다. 1910년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은 강제병합이 되어버리고 9년이 흐른 후, 고종은 덕수궁 함녕전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일본은 고종이 승하한 후, 제기된 독살설 때문인지 군함과 군인들을 급파하였다. 고종의 장례식을 보면 많은 사진에서 일본군인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고종의 죽음은 많은 의문점을 담고 있었다.

황실 사람들 중에 내 눈을 끌었던 인물은 덕혜옹주였다. 많은 관람객들 또한 그녀의 사진과 간략하게 기록되어진 약력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그 만큼 덕혜옹주의 인생은 대한제국의 운명과 닮아있다. 고종황제는 덕수궁 처소 하나를 자신의 고명딸인 덕혜옹주를 위해 유치원으로 만들었을 만큼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덕혜옹주, 영친왕(왼쪽부터)

14세가 되던 해 그녀는 일제의 요구에 의해 일본으로 강제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녀가 떠나기 전 찍은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측은함이 들 정도로 슬픈 표정이다. 그 어린 나이에 조국을 떠나 낯선 적국의 땅으로 가는 소녀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일본에서 정신적 병세가 깊어져 시름시름 앓던 그녀는 20세가 되던 해 쓰시마 섬 도주의 후예와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된다. 해방 후, 이혼을 한 그녀는 51세가 되어서야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창덕궁 낙선재에서 1989년 한 많은 생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떠난다.

전시관 한쪽에는 당시의 한일합방조약과 을사늑약이 전시되고 있다. 아래쪽에 한글로 된 전문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이 글만 읽어보아도 얼마나 강제적이고 불평등한 조약이었는지 알 수 있다.

전시관에 걸린 사진 하나 하나가 대한제국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사진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될 듯 하다. 또한 어른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대한제국의 역사를 사진으로 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시는 8월19일까지이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10시부터 17시까지, 토요일은 10시부터 13시까지 운영한다. 단, 둘째, 넷째 토요일은 휴일이다.

가는 길은 152번 간선버스를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타고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내린다. 정문에서 경영대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박물관이 나온다. 또는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캠퍼스 안으로 직접 운행을 하는 다른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워낙 넓은 관계로 경영대 앞에서 하차하거나 정문에서 하차하면 박물관까지 가기가 쉽다.

서울대학교 http://www.snu.ac.kr
서울대학교 박물관 http://museu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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