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무인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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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7.28. 00:00
시민기자 전흥진 | ||
경비원과 다양한 안전장치, 수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써서 지켜도, 돈이나 귀금속, 아끼는 물건들을 도난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생을 바쳐 힘들게 모은 귀한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의 입장료를 관람객의 양심에 맡기는 무인박물관들을 만났다. 입장료를 받는 사람도 없고,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도 없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 몰래 들어선다고 해서 잡아갈 리도 없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일도 없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까?
경기도의 어느 민속박물관 입구에 놓여있는 우체통모양의 입장료 모금함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느낀 적이 있다. 양심을 믿는 마음과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양심대로 값을 지불하는 마음을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신도시의 지하에 있는 또 다른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는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불규칙한 입장료수입만으로는 안내원을 쓸 수가 없어서인지는 몰 라도 입장료는 나무 상자 속에 넣어주시고, 불을 켜고 전시물을 관람하신 후에는 전등을 끄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공손한 부탁과 박물관관람안내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눈은 물론이거니와 그림이나 사진의 눈과 마주 치면, 양심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떠한 눈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나는 입장료를 지갑에서 꺼내 상자에 넣었고, 전시물이 있는 실내를 천천히 돌아본 뒤, 불을 끄고 나오면서 또 한 번 불 꺼진 실내를 확인했다. “도둑이 들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그냥 불을 켜놓고 나오면 어떡하지?” 박물관 주인도 아니면서 쓸데없는 걱정도 했지만, 이 박물관을 찾았던 사람들 모두의 양심의 눈이 살아있기에 무인박물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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