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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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5.20. 00:00

수정일 2008.05.20. 00:00

조회 1,903



시민기자 한우진



서울에는 1호선부터 8호선까지의 지하철과 그 외 광역전철들이 복잡한 노선망을 구성하고 있다. 자연히 이들 지하철 노선들에는 수많은 역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역이라면 7호선 장암역을 꼽을 만하다.

장암역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은 바로 ‘간이역’이다. 한가한 철도역을 뜻하는 간이역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서울지하철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장암역의 분위기는 간이역 바로 그것이다.

우선 장암역은 지상에 있다. 그리고 큰 길가에서 떨어져 있다. 또한 보통의 지하철역은 선로 2개와 1~2개의 승강장을 갖는데, 장암역은 선로가 1개, 승강장도 1개뿐이다. 즉 반쪽뿐인 것이다.

특히 장암역에는 열차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수요가 적다 보니 열차가 자주 운행하지 않고, 선로가 단선이라 들어온 차가 나가기 전에는 뒤차가 들어올 수 없다. 이렇게 뜸한 열차 운행은 장암역을 더욱 간이역답게 만든다.

이러한 장암역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서울지하철 7호선을 건설할 때 북쪽에 차량기지를 지어야 하는데, 서울시 안에는 차량기지를 지을 공간이 없었다. 따라서 인접한 의정부시는 7호선 도봉차량기지(의정부시 장암동)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서울시는 차량기지 안에 장암역을 지어준 것이다. 그래서 지금 7호선의 종착역이 장암역이다.

이렇듯 지자체간 협력에 따라 지하철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었고, 장암역도 도봉차량기지 주변 주민과 장암역 앞 수락산 등산객들에게 유용한 지하철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장암역은 도봉차량기지에서 일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한편, 장암역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차량기지 내 공간을 활용하는 대표 사례가 되었다. 이미 광주지하철 1호선 용산차량기지에도 장암역과 꼭 닮은 ‘녹동역’이라는 역이 생겼고, 광역전철 분당선 분당차량기지의 한쪽 구석에는 보정역이 생겨나 난개발 용인의 교통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내년 개통되는 지하철 9호선 개화차량기지(강서구 개화동)에도 장암역과 닮은꼴인 ‘개화’역이 개통된다.

7호선 장암역은 지하철역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이색적인 지하철역이다. 간이역의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굳이 멀리 나갈 필요 없이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종점까지만 가보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장암역으로 간이역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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