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월드 페스티벌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6.27. 00:00
시민기자 최근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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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였다. 지하철에서 한 참을 걸어 겨우 코엑스에 도착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전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백련이라는 이름 그대로 하얀 속살을 펼치고 물위에 떠 있는 연꽃이 너무 귀여워서 한 동안 넋을 잃은 채 바라만 보았다. 연꽃을 우려낸 물을 마시고 있자니 여기까지 걸어오며 흘렸던 땀들이 시원하게 증발하는 청량감을 느끼게 하였다. 아직 둘러보아야 할 부스는 많고 발길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잠시 빠져 들었다. 한국도예고등학교에서 나온 학생이 직접 다기를 만드는 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학생의 숙련된 손놀림에 의해 단지 찰흙에 불과했던 덩어리는 점점 날렵한 찻잔으로 변해갔다. 유약을 바르고 불에 구워져 반들반들 윤이 나는 다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것은 연꽃 모양을 닮았으며 어떤 것은 하늘을 담은 듯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은 다기 세트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었다. 새로운 디자인을 한 여러 형태의 다기들이 차를 마시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장식품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국산차를 파는 부스 사이에 외국차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중국 보이차와 스리랑카 홍차를 맛보았다. 지리산에서 온 매화차와 헛개나무차를 맛보고 다시 녹차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작설차를 맛보았다. 작설차는 찻잎이 참새의 혀와 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옆에 놓여진 찻잎을 보니 길고 뾰족했다. 참새의 혀를 보지 못해 직접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안내원의 사투리 섞인 구수한 설명에 귀가 즐겁고 혀에 감겨드는 녹차의 맛에 입이 즐겁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얼음 둥둥 띄운 콜라와 사이다를 손쉽게 먹는 우리에게 찻잎을 달여서 음미하며 천천히 마시는 차는 왠지 지루하고 너무 느리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접속한 사이트가 조금만 늦게 뜨더라도 다른 사이트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디지털 유목민들에게 느림이란 어쩐지 촌스럽고 시대에 뒤쳐지는 느낌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빠른 것이 미덕이 되는 디지털시대에도 차는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이 빨라지면 질수록 사람의 몸과 마음은 지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독이 되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 현대인들이 차를 마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도 모르게 쌓인 독을 풀고 천천히 한 잔의 차를 음미하며 스트레스를 비워내는 것이다. 차 맛에 취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허기가 졌다. 그때 눈에 들어온 아기자기한 떡들이 입안에 군침을 돌게 했다. 한 입 쏙 들어가는 떡을 사서 차와 함께 먹었다. 역시 차와 떡은 궁합이 잘 맞는다. 그 옆으로 오미자차, 황기차, 구기자차 등의 한방차들이 예쁜 병들에 담겨 지나가는 관람객들에 눈길을 끌고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눈과 입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들어왔던 입구로 다시 나온 나는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혀를 감싸 돌던 그 쌉싸래한 차맛을 잊지 못해 샀던 녹차 통을 열어 차향을 맡았다. 빨리 집에 가 차를 끓이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할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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