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동산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5.19. 00:00

수정일 2006.05.19. 00:00

조회 2,270

아카시아 꽃동산

시민기자 이승철

산동네 언덕에 핀 아카시아 꽃

동구 밖 과수원 길 /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동구 밖 과수원길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동네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가득합니다. 뒷동산에 흐드러진 아카시아 꽃향기가 집안에까지 은은히 스며들어와 향기로운 동네가 되었습니다. 어느 동네냐고요? 서울 강북구 미아 4동 한일 아파트입니다. 어디 우리 동네뿐이겠습니까. 아마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금수강산은 온통 헐벗은 벌거숭이 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철 장마가 오고 많은 비가 쏟아질 때면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나고 논밭이 묻히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온 국민을 동원하여 사방사업이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습니다.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 일은 국가적이고 국민적인 과업이 되었던 시절입니다. 코흘리개 초등학생들까지 사방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나무심기와 잔디 씨를 수집하고 파종하는데 동원되었으니까요. 묘목도 귀하던 그 시절, 사방사업용으로 가장 각광을 받은 나무가 바로 아카시아로 불리는 아까시 나무였습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뿌리가 튼튼하여 바위틈이나 모래땅, 박토에서도 잘 살고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또 꽃을 많이 피워 많은 꿀을 얻을 수 있고 씨앗도 많아서 사방사업에는 가장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카시아 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는 본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 나무라고 합니다. 북미산 아까시 나무가 100여 년 전 처음 들어올 때부터 이름이 잘못 아카시아로 불려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근래에 아까시 나무로 바로잡아 불려 지기도 하지만 대개 그냥 아카시아 나무, 아카시아 꽃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러 종류의 꽃 중에서 아카시아 꽃만큼 향기가 좋고 많은 꿀을 가진 꽃도 없을 것입니다. 꽃을 따서 입에 넣고 씹으면 상당히 달콤한 맛이 납니다. 그래서 옛날 설탕이 귀하던 시절에는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나면 개구쟁이들은 너도나도 아카시아 꽃을 따서 우물우물 씹으며 그 달콤한 맛을 즐겼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씹어보라고 하면 무슨 맛이 있느냐고 아무도 씹지 않을 것입니다. 진한 설탕 맛에 길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카시아 꽃동산이 된 마을 뒷산

어제는 뒷동산에 올라갔는데 많은 사람이 아카시아 꽃나무 밑에 앉아 향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몇 사람에게 향기가 어떠냐고 물으니 모두 좋다고 합니다.

“나무는 볼품도 없고 쓸모도 없는데 꽃향기 하나는 끝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꽃 모양도 썩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나 꽃이 집단으로 흐드러진 산을 바라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리 마을의 뒷산은 온통 아카시아 꽃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는 모습이 여간 아름답고 푸짐해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한때는 헐벗은 산을 보호하는 사방사업용으로 각광을 받기도 하였던 아카시아 나무, 그래서 우리 삶의 주변 어디에서나 흔한 나무가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공원이나 산이나 수종개량을 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아카시아 나무가 베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특별히 양봉업자를 제외하고 사람들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아카시아 나무가 요즘 보란 듯이 꽃 천지를 이루며 감미로운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나보다 더 향기로운 꽃 있으면 나와 보라고, 제발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달라고 애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겉모양보다는 향기로움으로 우리 사람들의 사랑을 구하는 아카시아 꽃, 그 향기에 흠뻑 젖으며 나무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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