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봉산탈춤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5.15. 00:00

수정일 2006.05.15. 00:00

조회 2,085

전통문화 봉산탈춤

시민기자 이승철

봉산탈춤중 한장면

지난 어린이날 오후, 성동구 왕십리에 있는 소월 아트홀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의 한 분야인 봉산탈춤 공연이 있었다. 본래 성동구 문화관이었던 공연장을 새롭게 단장하여 소월아트홀로 개관하는 개관기념공연 작품이었다.

어린이날의 바쁜 일정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하여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마자 곧 봉산탈춤 기를 앞세운 단원들이 흥겨운 우리 풍물가락으로 객석 한가운데 통로를 이용하여 무대 위로 입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원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 보인다. 이미 무대 위 한족에 자리를 잡고 앉은 악사들을 포함하면 무려 40여명이나 되는 것 같았다. 사실 탈춤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풍물과 함께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 문화의 한 분야다.

대학가의 축제나 일반 행사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덩더쿵! 얼쑤! 하며 신명나게 몸을 흔드는 탈춤이기 때문이다. 출연자도 대개 많아야 십여 명 정도, 그런데 이 날은 우선 출연자들이 많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출연진이 모두 무대에 오른 후, 인사와 공연 전 순서가 끝나자 곧 첫 무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탈을 쓴 먹중 네 명이 차례로 하얀 장삼에 붉은 가사를 메고 고깔을 쓴 상좌를 한 명씩 업고 뛰어 나와 타령곡에 맞춰 장내를 한 바퀴 돈 다음 내려놓는다. 첫 마당 (제1과장) 4상좌춤이 시작된 것이다

먹중은 업고 나온 상좌(여승)를 내려놓은 후 “낙양동천 이화정”하고 크게 외친 후 다시 멋진 춤동작을 보이고 들어간다. 4상좌춤은 봉산탈춤의 시작으로서 신에 대한 배례와 함께 관중들의 안녕과 복을 빌어주는 한편 탈춤 판을 정화시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춤이다.

관중들에게 인사

이어서 제 2과장인 8목중춤이 벌어진다. 제1경은 목중춤이다. 이 춤의 테마는 봄기운에 흥을 못이긴 먹중 8명이 차례로 나와 승려의 신분을 파계하고 술과 춤을 즐기면서 각자의 솜씨를 자랑하고 함께 군무를 추는 것이다. 춤사위가 신명나고 활기차다. 제2경은 법고놀이로 북을 치는 춤사위와 북장단 가락이 관중들의 숨을 죽이게 한다.

제3과장은 사당춤, 제4과장은 사자춤, 제5과장은 노장춤이며 제6과장은 양반춤이다. 돈으로 양반을 산 형제와 도령이 등장하여 하인 말뚝이와 함께 춤을 추는데 말뚝이가 온갖 재담과 익살로 양반들을 조롱하는 줄거리다.

마지막 과장인 제7과장은 미얄춤이다. 영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본처인 미얄할미와 첩인 덜머리집의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재산분배에 대한 갈등을 표현하는 줄거리다. 결국 첩과 다투던 미얄할미가 죽게 되고 무당이 등장하여 지노귀굿으로 미얄할미의 영혼을 달래는데 이 과정에서 무당역의 출연자는 춤과 노래, 그리고 갖가지 재능을 선보이며 봉산탈춤이 끝이 났다. 공연시간은 무려 다섯 시간이었다.

공연시간이 길어 중간에 15분간의 휴식시간도 있었다. 쉬는 시간에 만난 봉산탈춤의 예능보유자이며 무형문화재인 양소운(83세)할머니는 아직도 정정한 모습으로 장구를 치며 음악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봉산탈춤이 이렇게 길고 대단한 작품인 줄 몰랐다”고 묻자 “너무 길어 중간에 조금 줄여서 이 정도지 제대로 다 하려면 1시간은 더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할머니는 지금도 후학들을 가르치며 봉산탈춤의 보급과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신명나는 봉산탈춤에 나오는 배역은 모두 34개지만 사용되는 탈은 겸용되는 것도 있어서 실제로는 26개의 가면 탈이 사용된다. 상좌(4개), 먹중(8개), 거사(6개), 노장, 소무, 신장수, 원숭이, 취발이, 양반, 둘째양반, 말뚝이, 도령, 영감, 미얄, 덜머리집, 무당, 남강노인, 사자 등이다

어린이날 오후, 모처럼 신명나는 우리가락과 춤사위에 다섯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흔히 보았던 30여분 공연의 그런 탈춤 수준이 아니었다. 봉산탈춤은 단순한 춤판이 아니라 18세기 조선 후기에 황해도 봉산에서 생성되어 상인과 이속계급에서 성행하던 풍자극이다.

시대적 배경은 오랜 봉건질서의 해체기에 상류층이었던 양반과 상대적으로 천시 당하던 승려들을 대상으로 짙은 해학과 풍자를 통한 익살과 조롱으로 근대적 시민의식을 표출한 내용으로서 당시의 시대상황과 민중들의 정서를 엮어낸 걸출한 작품이었다.

작년에는 일본 공연을 통하여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고 한다. 부분적으로 공연되는 탈춤이나 사자춤이 아니라 다섯 시간이 넘는 원형 완판 공연은 1년에 한 번 정도 밖에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는 아주 귀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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